어린이의 철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철학」은 원래「지혜를 사랑한다」는 그리스말에서 왔다.「필로스」(사랑)와「소피아」(지혜)를 결합한 말이다.
그것을 동양에서「철학」으로 번역한 것은 일본 덕천 말기의 서 주라는 학자다. 송 주렴계의「희현」이란 말에서「희철학」을 생각해 냈다.
그라나 그 번역 어가 너무 어려워서였던지「철학」이라고 하면 그저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란 선입관이 지금도 지배적이다.
하지만 구미에선 이미 10여 년 전부터「어린이와 철학」이란 철학분야가 등장했다.
「매튜·리프먼」이나「마거리트·샤프」같은 철학자들은『철학과 함께 하는 성장』이란 책까지 내고 있다.『어린이들은 그들 나름의 추상적 논리를 가지고 있으며 자기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어린이는 일정한 단계를 거쳐 발달하며 철학적 사고를 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 발달심리학자「장·피아제」의 이론에 반기를 들고 있다.
어린이의 철학 하는 능력을 인정하는 철학자들은 미국에서 어린이 철학개발원(IAPC)을 만들고 철학교재나 영화,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의 철학교육은 지금 비롯된 것은 아니다. 19세기의 철학자「존·스튜어트. 밀」의 자서전을 보면 12세 때 그는 이미『오르가논』이나「홉스」의『논리학』을 읽고「사상의 보조수단이 아닌 사상 그 자체를 중요한 목표로」삼았다.
『개개의 말이나 명제에 정확한 사상가를 낳는데는 논리학 이상이 없다』고 한 것도 그였다.
어렸을 때부터 철학을 배우고 철학적 사고를 익히는 것은 사회생활을 위해서나 학문적 성취를 위해 기초적인 일이다.
우리 선 조들이 서당에서『천자문』,『소학』,『동몽선습』을 가르쳤던 것은 일종의 철학교육이었다. 서당교육만으로도 이미 인간과 자연과 사회를 보는 눈을 떴다.
그러나 그때는 아직 유교와 같은 특정 사상을 주입하는 경향이 컸다.
지금 어린이 철학교육은 그런 굳혀진 지식체계 대신 생생한 삶의 태도나 사고과정을 습득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철학은 특히 의심을 가지고 비판하며 토론하는 능력을 길러 준다.
「소크라테스」는『비판 없는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고 했다.
오늘과 같이 말의 의미가 혼란 되고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가 위협받는 시대에는 철학의 조기교육이 더욱 간절해진다.
요즘 우리 사회에도 등장한 어린이 철학교육 운동은 그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