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인천공항버스…우등고속의 3배 요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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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재하(49)씨는 해외 출장 때문에 한 달에 한 번꼴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공항리무진을 이용한다. 그는 “우등고속버스 요금에 비해 턱없이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1위 업체 작년 영업이익 135억
전문가 “경쟁입찰로 값 인하 유도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충남 세종시까지 가는 우등 고속버스는 1만원에 129㎞를 간다. ㎞당 요금은 77.5원. 이에 비해 공항리무진 신사~인천 노선은 1만5000원 요금을 받고 63㎞를 달린다. ㎞당 238원이다. 차량의 제원은 28인승 버스로 동일한데, 공항리무진 요금이 우등고속버스 요금의 세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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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공항버스 사업자 4곳(공항리무진·서울공항리무진·KAL리무진·도심공항리무진)이 이처럼 높은 요금을 받을 수 있는 건 서울시로부터 받은 한정면허 덕분이다. 한정면허란 교통 수요가 불규칙해 일반 노선버스 운행이 어려운 곳의 운송사업자에게 발급하는 면허다. 사업자가 요금을 정하면 지자체가 이를 받아들인다. 이런 면허 덕분에 이 구간의 승객 6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공항리무진은 지난해 매출액 688억원에다 영업이익 1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20%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 13%보다 7%포인트 높다.

그런데도 사업자나 서울시 모두 요금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공항리무진의 윤계철 전무는 “내년에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생기면 버스를 30%가량 더 많이 투입해야 하는 등 30% 정도의 비용 증가 요인이 생기기 때문에 요금을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경기도는 남경필 도지사가 직접 나서 공항버스 요금을 내리려 한다. 남 지사는 10일 국정감사에서 “한정면허가 끝나는 노선을 중심으로 도가 직접 공항버스를 운영하는 공사를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유광의 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이제는 공항버스의 수익성이 검증된 만큼 한정면허를 일반면허로 전환하거나 한정면허 재신청 시 서울시도 경기도처럼 응찰조건을 강화해 경쟁입찰이 될 수 있게 하면 자연스럽게 요금이 인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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