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땐 이런 것 고치자"|화려했던 86경기 아쉬운 「옥의 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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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고의 시설에서 최대의 성과」를 거둔 아시안게임이었지만 군데군데 고치고 바로잡아야할 실수나 과오도 적지 않았다. 지나친 친절에다 공짜선심, 일부 경기진행의 미숙에 판정잡음, 불가피하긴 했지만 개선의 여지가 많았던 경비등 「옥의 티」는 88년 더 중요한 「대사」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차분하게 낱낱이 가려서 철저하게 고치고 대비 해야만할 교훈들. 생각을 잘못해서, 미처 생각을 못했거나 덜해서, 아니면 알면서도 몸에 익지 않은 서투름 때문에 빚어진 아주대회의 흠들을 말끔히 버리고 다시 차분히 시작하자는 여론이 높다.

<선심공세>
각국 선수·임원들에게 공짜서비스가 많았다.
선수촌의 이 미용실은 물론 다방·당구장 전자오락실등이 전부 무료인데다 기자들에게는 호텔숙박비 대폭할인혜택외에 점심식사·음료등이 무료로 제공됐다.
이때문에 정부초청으로 내한한 일부 기자는 『돌아갈 때 제3국에서 쉬고갈 용돈을 달라』고 이야기했을 정도.
또 선수촌등지의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근무시간이 끝난뒤까지 선수촌에 남아 외국선수들과 돌아다녔는가하면 상당수의 자원봉사자들이 퇴촌하는 선수들 앞에서 『헤어지기 섭섭하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대회기간중 국내 기업들이 각국 선수단에 제공한 「공짜선심」공세는 모두 10억원대인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경직된 경비>
검문검색이 지나칠 정도로 엄격해 외국인들에게 나쁜 인상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경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일부 경찰관들은 여자의 조그만 손지갑까지 뒤진다거나 메모노트까지 샅샅이 뒤져 불평을 사기도 했다.
또 경비요원투입도 수요를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많은 숫자의 주로 이뤄져 경기장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경비업무는 보이지 않게 안하는듯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촉수검색보다는 최신시설·장비를 이용하는등 검문검색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정시비>
경기장 곳곳에서 판정시비가 속출.
판정시비의 근본원인은 저질심판의 판정과 선수들의 과민반응·홈팀의 텃세등 3가지.
배드민턴 남자 한-중공전에서 중공이 선심판정에 불만을 품고 경기를 포기한채 퇴장해 시상식을 거부하는 소동이 있었는가 하면 탁구혼합복식 준결승 한-중전에서는 한국선수의 이의를 심판이 받아들여 판정을 번복하는 바람에 중공측의 거센항의로 게임도중 심판이 교체되는 불상사도 있었다.
또 개인마장마술 경기에서 심판5명중 3명이 일본선수의 1∼3점 우세로 판정한반면 한국인심판은 우리나라선수에게 일본선수보다 무려 80점이나 더줘 일본측이 『이런 점수는 처음봤다』고 불평을 하기도 했다.

<언어소통 불편>
통역요원들의 실력수준이 대체로 낮은편이어서 「엉터리통역」소동이 적지않았다.
외신기자들 중에는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 많아 잘못을 지적하는 경우가 흔했다.
육상의 경우 임춘애선수가 3천m에서 우승한뒤 한국기자들로부터 『오늘도 중공선수들의 견제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있었다』고 대답했는데 영어통역이 「견제」를 「방해」로 번역하는 바람에 외신기자들은 『중공선수들이 임선수의 주행을 방해했다』고 해석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원봉사자중 언어서비스를맡은 1천8백81명 가운데 외국어를 제대로 구사할수 있는 인원은 30%정도에 불과했고 그나마 영·일·중국어에 편중돼 아랍어등 군소언어에 대한 배려가 아쉬웠다.

<무료관광>
대회준비단측은 아시안게임기간중 내한한 국제체육인사등 VIP4백40명에게 9월l7일부터 29일까지 5차례에걸쳐 민속촌 경복궁·이천도요지등을 무료관광토록했다.
또 국내기업체들이 각국 임원 선수등 2백74명을 초청, 자기회사 시설을 보여줬으며 기타 각국 선수단파 자매결연을 한 회사들도 개별적으로 관광서비스를 제공.
이 때문에 목돈들여 개발한 24개관광코스를 이용한 외래관광객은 고작 2천7백85명뿐 이었으며 그나마 12개코스(서울2, 지방 10)에는관광객이 단 한명도 없었다.
홍콩의 하키선수 「타크」씨는 『9월18일 입국해 시합때문에 신경을 쓰다가 지난2일 마침 서수촌에서 주선한 민속촌관광을 다녀와 기분이좋다』고 말하고 공짜관광도했으니 이태원에 가 간단한 쇼핑이나 하겠다고 말했다.

<호텔 예약통제>
게임조직위원희와 86관광준비단은 서울의 관광호텔 총객실1만1천9백6실가운데 80%인 9천4백84실을 게임에 참가하는 각국 임원및 관광객용으로 확보. 이때문에 2천4백여개의 객실이 남았었으나 이중1천2백여개를 다시 예비로할당, 게임중반에는 객실의 40%쯤이 비었는데도 일반외국관광객들이 투숙할수 없었다.
고려여행사 윤수웅이사(40)는 금년9∼10월에 미국 동남아등지로부터 5백명의 관광객을 받기로 예약했었으나 호텔방을 구할수없어 해약해 8만달러이상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호텔의 경비를 강화해 출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은것도 고칠점.

<운영 비능률>
경기단체 마다 경기의 기술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조직위관리요원이 파견돼 경기진행을 맡은 경기단체요원과 불화를 빚었다. 지난달 28일 육상연맹요원 60여명이 조직위관리요원의 일방적인 예산집행에 항의, ID카드를 반납하는 소동을 빚었다.
또 경기진행파트와 시상파트의 유기적인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시상이 늦어지기도. 27일 승마단체종합마술에서는 3위로 입상한 인도국기대신 인도네시아 국기가 올라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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