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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사진관] 첨단로봇 의족달고 경기하는 사이배슬론 첫 대회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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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경기가 박진감 있게 펼쳐지고 있는 체육관. 모니터 앞에 자리한 선수들이 수많은 센서가 달린 헬멧을 쓰고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합니다. 집중해서 한 곳을 열심히 쳐다볼수록 화면 속 아바타는 빠르게 뛰어갑니다. 키보드나 조이스틱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떠한 기계조작 없이 뇌파만으로 게임 캐릭터를 조종해 승부를 가릅니다.

트랙 밖에선 자전거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의 모양이 조금 특이합니다. 선수들이 세발자전거를 누워서 타는데 그들의 다리에도 전기 패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포착해 자전거 바퀴를 움직입니다. 뇌파로 컴퓨터를 제어해 달리기 게임을 하고 로봇슈트를 입고 장애물을 건너는 경기가 펼쳐지는 이곳은 사이배슬론(Cybathlon) 대회 현장입니다.

'사이배슬론'은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보조 로봇의 도움을 받아 역량을 겨루는 대회입니다. 인조인간을 뜻하는 사이보그(cyborg)와 경기를 뜻하는 라틴어 애슬론(athlon)이 합쳐진 말입니다. 한 쪽 손이 절단된 사람이 로봇 의수를 착용하거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로봇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거라 생각하면 됩니다. 장애인과 최첨단 기계가 한 팀을 이루는 것입니다. 장애인들이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패럴럼픽과 비슷하지만, 패럴럼픽은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며 경기를 치르는데 반해 사이배슬론은 첨단 보조 장치의 성능이 승부를 좌우합니다. 과학으로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이 대회는 지난 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처음 개최되었습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 Computer Interface), 전기 자극 자전거 경주(Functional Electrical Stimulation), 로봇 의수(Powered Arm Prosthesis Race), 로봇 의족(Powered Leg Prosthesis Race), 입는 로봇(Powered Exoskeleton Race), 기능성 휠체어(Powered Wheelchair Race) 등 총 6개의 종목으로 구성됩니다. 한국,미국,독일,일본 등 세계 25개국에서 74개팀 300여명이 첫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로봇 의수를 착용한 선수들은 섬세한 손놀림으로 공을 쥐거나 빨래집게를 이용해 줄에 종이를 걸기도 합니다. 로봇 다리로는 더 거칠 것이 없습니다. 소파에 앉았다가 일어나기, 외나무다리 건너기는 물론 경사진 계단도 막힘없이 오르내립니다.

처음 치러진 이번 대회에는 총 65개 팀이 참가했습니다. 그중에는 한국인 선수들도 있습니다. 하반신마비 장애인 김병욱씨(42)는 입는 로봇 ‘워크 온’을 착용하고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아이언맨의 파워 슈트 같은 이것은 로봇 개발업체 SG메커트로닉스와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 연구팀, 세브란스 재활병원의 나동욱 교수 연구팀이 함께 개발한 것입니다. 한국팀은 이 경기에서 독일팀과 미국팀에 이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로봇 의수 경기(Powered Arm Prosthesis Race)는 옷 걸이에 옷 걸기, 칼질하기 등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기술을 수행한다.[사진 사이배슬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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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극 자전거 경주(Functional Electrical Stimulation)는 피부에 전극을 부착해 마비된 근육에 전기 자극을 주어 자전거를 움직인다. [사진 사이배슬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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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 Computer Interface)는 머리에 수많은 센서를 장착해 그 뇌파로 게임 속 아바타에게 점프, 회전 등의 명령을 내린다. [사진 사이배슬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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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는 로봇 경기(Powered Exoskeleton Race)는 걸을 수가 없는 척수 손상 선수가 외골격 로봇을 이용해 로봇과 한 몸이 되어 걷는 경기이다. [사진 사이배슬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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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의족 경기(Powered Leg Prosthesis Race)는 다리가 절단된 선수가 의족을 차고 장애물을 통과하거나 계단을 걸어 오르내리는 등의 미션을 수행한다. [사진 사이배슬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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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휠체어 경기(Powered Wheelchair Race) 는 전동 휠체어를 조종하여 장애물 통과, 문 열고 통과하기 등의 미션을 빠른 시간 내에 완료한 선수가 승리한다. [사진 사이배슬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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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진영 기자, 사진·동영상 = 사이배슬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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