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사관」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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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일은 국조 단군이 이 땅에 나라를 세운지 4318주년이 되는 개천절이다.
민족의 개국기념일을 맞아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서 나라의 발전과 통일의 과제를 실천할 각오를 새삼 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 단군을 신화화하고 그 존재를 부정하면서 민족 단결의 정신적 지주를 부인하는 후손들로 해서 민족의 축일인 이날의 의미가 날로 퇴색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다행히 최근에 들어 단군을 민족의 어른으로 숭모하고 그 은덕을 감사할 뿐 아니라 역사연구를 통해 그의 실재를 확인하며 교육에서도 그의 건국이념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민족의 얼과 긍지를 되살려 민족단합을 추구함에 있어서 단군과 단군 조선의 실재를 인정하는 일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없다.
삼국과 고려 이래로 우리는 단군을 민족의 조상으로 숭모하면서 결코 이를 의심한바 없었다. 그러기에『삼국유사』를 비롯해서 많은 기록에 이를 남겼으며 일제의 식민사관이 단군 말살을 자행했을 때도 우리 마음가운데 새겨 뒷날까지 전했던 것이다.
그렇건만 지금 독립된 나라안에서 외래사조에 맹종하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조상인 단군을 미신으로 깎아 내리고 혹은 실증사학의 이름으로 외면하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자기를 부정하고 자신을 비하하는 비극적 경향은 타기하고 반드시 극복되지 않으면 안 된다.
단군과 단군 조선이 과거 우리 민족의 확신이요, 합의였듯이 오늘 우리 국민들이 정부와 학계를 독려해서 추진해야 할 단군 부각운동도 국민적 합의의 사업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첫째로 단군을 신화화에서 개국 사관 화하는데서 이루어 져야겠다.
단군「신화」는 문자기록이 없었던 시대의 산물이지 결코 없었던 것의 조작이 아님을 기본적으로 인정해야겠다.
그런 논리를 무시하고 단군의 실존을 부정하고 역사연구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든 가, 국사 교과서에서 소홀히 취급하는 일은 난센스다.
현행 초·중·고 국사교과서들이 고조선에서 삼국초기의 국사를 축소 또는 말소하고 있는 처사는 우리가 스스로 민족사를 비하, 천시했다는 의미에서 사학자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엄연히 우리 국사 서에 나와 있는 삼국시조인 박혁거세나 동명성왕, 온조왕 조차도 교과서에서 빼고 가르치지 않으며 우리의 국사를 2000여 년이나 줄여 가르치는 문교당국의 의도나 국사학자들의 무책임을 이해할 수 없다.
둘째는 단군 모시기 운동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부 단체에 의해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던 단군 숭모를 국가 행사화 해야겠다. 단군 성전의 건립도 마땅히 정부가 맡아야 할 일이다.
나라의 국조이며 민족정신의 지주인 단군을 모시는 일은 종교적 신앙과 관계없는 민족의 뿌리 찾기와 같다.
세째는 단군의「홍익인간, 재세리화」사상은 우리 민족의 통합원리일뿐더러 휴머니즘의 철저한 추구라는 면에서 오늘의 현실에서 정신적 지침으로 승화, 발전시켜야겠다.「모든 인간을 이롭게 하며 세상을 순리로서 평화롭게 한다」는 개국이념을 밝히고 나온 민족이 인류역사상 그 어디에 또 있었는가를 생각하면 우리의 민족적 자긍은 더할 나위 없이 큰 것을 모든 국민이 철저히 깨달아야겠다.
이 개천절에 단군의 높은 뜻을 되새기며 국민적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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