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 일의 스포츠 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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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의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스포츠를 통한 동북아 국가간의 협력관계모색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측의 한국·중공·일본 3국 교환경기제의에 일본이 즉각 동의했고 중공도 일단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미 일본은 북한을 포함한 4개국 체육교류를 제의해놓고 있어 이것이 그렇게 생소한 구상은 아니다.
한·중·일 3국이 아시아의 「스포츠 3강」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명해진 사실이다. 따라서 이 3국의 체육교류가 아시아지역의 체육 문화발전에 필요하고 기여할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 스포츠교류는 단순한 체육의 차원을 넘어 이 지역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환경을 조성하는 선결과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족은 중국민족과 함께 황하 만주일대에 고대 동아시아 대륙문화를 창조했고 그것을 우리가 일본에 전하여 이 세 민족이 지난 역사의 오랜 기간동안 상호 교류를 통해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19세기말 이후 일본이 군국주의 침략전쟁을 벌였고 2차대전후 이데올로기 문제가 도입되면서 이 문화권이 상이한 체제로 양분되고 단일 국가들이 분단되는 비운을 겪게됐다.
그 결과 동북아 국가들 사이에는 정치문제 말고도 이산가족·역사교과서 등 함께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다행히 근년 들어 중공이 이데올로기보다는 경제건설에 더 역점을 두고 개방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하여 교류의 환경은 한층 성숙돼 있다.
따라서 체육교류를 제대로 성사시킨다면 한반도를 포함해 동아시아의 긴장완화와 정치적 갈등의 해소 및 경제건설에 적잖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물론 이 문제가 아직은 제안단계에 불과하다. 앞으로 원칙과 절차를 협의하는 복잡한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런 과정에서 북한과 대만의 참여문제도 제기될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그들의 참여문제에 발목이 잡혀 한·중·일 교류 자체가 유산된다면 그 또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북한에 있다. 지금까지의 평양의 행태로 보면 그들은 이 교류에 참여하기보다는 그 자체를 방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아시안게임의 주최국이 한국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대회참가를 거부하고 각가지 방해공작까지 벌여왔다.
이제는 평양도 고립과 폐쇄에서 벗어나 평화와 협조 속에서 주변과 공존할 때가 왔음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지금 세계는 인접한 국가들이 소단위 국제체제를 형성, 이데올로기와·적대감에서 오는 배타성과 이질화를 극복하면서 협력과 공존을 모색하는 지역주의(「regionalism」)추세에 있다.
바로 이런·때야말로 지난 수천년간 동아시아 역사를 함께 엮어 오면서 단일문화권을 형성해온 한·중·일 세 민족이 이런 지역체제 형성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때다.
이번 서울측의 동북아 체육교류제의는 그런 움직임의 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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