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보육 뒤 애 오래 맡겨도 눈치 안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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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예전에는 아이를 종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기 쉽지 않았어요. 그런 곳이 있어도 오후 4시에 애를 데려가라고 요구하더군요. 그 시간을 넘기면 눈치가 보여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맞춤형 보육 시행 이후 어린이집들이 직장맘 아이를 서로 맡으려고 해요.”

시행 100일…학부모들 긍정 반응
“어린이집서도 직장맘 아이 반겨”
“종일반용 교육 프로 필요” 지적도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어린이집에서 열린 황교안 총리 주재 맞춤형보육 현장 간담회에서 한 학부모(37·여)가 이 제도 시행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 학부모는 “이제 눈치 안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정부는 맞춤형 보육 시행 100일을 맞아 간담회와 중앙보육정책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는 0~2세 종일반 아동의 어린이집 최종 하원 시간이 오후 6시가 넘는 데가 10곳 중 7곳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장호연 복지부 보육정책과장은 “전국 어린이집의 69.5%가 오후 6시 이후에도 아이를 돌본다. 종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며 “그동안 종일반 부모가 늦게까지 아이를 맡길 때 어린이집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었으나 맞춤형 보육 시행 후에는 좀 더 편하게 맡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맞춤형보육이란 부모의 사정에 맞게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활용하는 제도다. 전업주부 가정의 아동은 맞춤반(오전 9시~오후 3시)을 이용하되 월 15시간 긴급보육 바우처를 쓸 수 있다. 맞벌이가정 등은 종일반(12시간)을 이용한다. 0~2세 아동의 77%가 종일반이다. 정부는 아동 한 명당 종일반(0세 기준) 월 82만5000원, 맞춤반 월 73만9000원(15시간 추가이용 시 6만원)의 보육료를 어린이집에 지원한다.

복지부 장 과장은 “이 제도 시행 전에는 어린이집이 이른 시간에 귀가하는 아이를 선호했으나 이제는 종일반 아동에게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 이후 맞춤반 아동은 하루 평균 6시간 30분(긴급 이용 포함)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춤반 최대 이용 가능시간(6시간 45분)을 초과하지 않았다. 정부는 오후 2~3시에 귀가하는 종일반 아동들이 맞춤반으로 옮길 것으로 보고 있다.

맞춤형 보육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송재찬 우송대 보건복지대학 교수는 “종일반 아이들이 오후 7시30분까지 남을 경우 연령별로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고 교사도 더 필요하다”며 “어린이집이 공동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등의 경영 지원 대책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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