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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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있었던 그 큰 함성 못지 않게 여기저기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축전이 우리들을 들뜨게 한다.
특히 세종문화회관에서 마련된 서울국제음악제는 알찬 내용으로 연일 예술적 감동에 흠뻑 빠질 수 있어 좋았다.
여덟개의 금메달을 얻어낸 9월23일 저녁 세종문화회관무대에선 보다 값지고 빛나는 3개의 금메달을 추가해야하는 완벽한 연주가 있었다.
바이얼린 강동석, 첼로 정명화, 피아노 정명훈이 마련한「베토벤」「드보르작」「브람스」 의 피아노 삼중주는 뛰어난 기능과 광택있는 음향, 완전한 균형, 그리고 날카로운 음악성까지 가미되어 조화의 극치를 이루었다. 그들 모두 예술적 재기가 번득였다.
흐르듯 원숙한 음악, 빈틈없는 앙상블에 박수를 보낸다.
안정된 박절은 생동감까지 곁들여 듣는 사람에게 무한한 희열을 느끼게 한다.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명확하며 빈틈이 없다.
챌로와 피아노 속에서 화려한 바이얼린이 빛나고 첼로와 바이얼린 음향 속에 피아노의 따뜻한 노래가 살아 움직인다.
때로 격정적인 구절에서 양보없이 감정을 표출해 낼 때도 한소리도 흩어짐 없이 하나로 어울려 일치된 앙상블을 마련했다.
특히 「브람스」의 음악은 이날의 백미였다. 그러면서「브람스」 의 마지막 악장이 연주될 때까지 오늘 연주가 몹시 아까운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들의 음악을 담기에는 너무나 미련하게 넓은 공간이 아쉽게 느껴졌으며 알맞은 공간에서 오늘 같은 좋은 연주를 듣게 됐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라는 생각이 계속됐다.
전날 있었던 꽉 담겨진 교향악음향을 지워내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들의 연주는 완벽했다. 이들의 만남이 계속됐으면 한다. 이번 축제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해서 말이다. <서울대음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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