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고노력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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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탁구가 탁구사에 신기원을 이룩했다.
우리의 남녀선수들이 지난15년 동안 세계 탁구 계에 군림해온 중공의 아성을 깨뜨리고 마침내 세계정상에 오른 장거는 실로 역사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하는 성과만은 아니었다. 그것은4천만 국민의 성원의 함성 속에서 이룩한 위대한 승리였다는 점에서 민족의 일체감을 새롭게 한 쾌거였다.
우리 남자선수들이 10억 인구를 대표한 중공선수들과 5시간에 걸친 피나는 싸움 끝에 승리를 쟁취했을 때 우리국민은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던 민족의 저력을 확인하면서 뿌듯한 긍지감에 싸였었다.
그에 이어 우리의 여자선수들이 역시 원숙한 기량과 뛰어난 투지로 중공 팀을 격파했을 때 우리의 자존과 자랑은 충천하는 기세로 앙양되었다.
그 점에서 스포츠는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것이다. 경기력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번 한·중공 전은 아시안게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승리는 실력의 승리요, 정신력의 승리였다.
우리 탁구는 이미 73년에 사라예보에서 여자 팀이 중공을 누르고 우승한바 있지만 그간 여러 차례 중공탁구의 장벽 앞에 무참히 좌절하곤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좌절 속에 움츠러들었던 우리탁구가 이제 세계정상의 실력을 확인한 것은 무엇보다 값진 수확이다.
그것은 15년간의 중공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우리 탁구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계기가 될 것에 틀림없다.
또 오늘의 영광이 거저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패배의 쓴잔을 마시며 와신상담, 각고면려 하였던 선수·임원들의 그간의 노고가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
주니어선수 육성을 위해 상비군 제도를 운영하고 탁구 붐 조성을 위해 대회를 마련하는 등 정책적 지원도 좋은 방안이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탁구기술의 연구개발 노력이며 끊임없는 연습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중공·일본의 전유물이던 파워드라이브나 전진속공 기술을 본뜨고 거기다 유럽의 셰이크 핸드공격형을 모두 수용해서 다양한 선수 층을 확보한 것도 큰 힘이 되었다.
이질변칙 러버의 개발과 그에 대비하는 전술의 개발로 몇 가지 기술을 모두 사용 할 수 있는 능력을 창안해낸 노력도 높이 평가 할 만 하다.
이제 세계 정상의 실력을 확인한 우리 탁구는 우리의 기술을 연구하며 권토중내를 노리는 중공과 일본 등 탁구 강국의 재도전에 맞설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이야말로 승리에만 도취하기보다는 다시 대열을 정비하고 영광을 지속시키기 위해 힘을 합치는 노력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승리는 끊임없이 절차탁마 하여 지켜야하는 소중한 보석임을 되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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