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씨네통]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대상 수상한 18세 이수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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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 배우는, '완벽한 사회'

씨네통, 완벽한 사회

장르

SF

러닝타임

10분

제작연도

2016

만든사람

이수림(OCSA 12)

제작의도

'과거'로부터 배운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반대로 '미래'로부터 배운다는 게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지금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팀원들과 만들고자 하는 '세계'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하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 지금의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분명한 것은 그저 특수 효과로 가득 찬 SF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무언가 얻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줄거리

‘알파베타’는 안전하고, 갈등이 없는 이상적인 도시다. 시민 모두 스마트 안경을 쓰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는 이 '완벽한 사회'를 떠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가 익명의 외부세력에게 위협받자 알파베타의 선량한 시민이었던 ‘K'는 지금까지 그가 믿었던 모든 것과 모든 사람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수상정보

2016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13+ 부문 대상, 2016 Austin Film Festival 초청, 2016 OCSA FTV Awards Best Cinematography, Best Visual Effects, Best Sound 수상

지난 4일 제18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Seoul International Youth Film Festival, tjdn)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SIYFF에서는 총 43개국, 200편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었는데요. 그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은 만 13세부터 18세 감독들의 경쟁부문인 ‘경쟁 13+’에서 대상을 수상한 ‘완벽한 사회’였습니다.

'완벽한 사회‘의 감독인 이수림(18) 학생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현재 OCSA(Orange County School of the Arts)에서 ‘Film and Televison'을 전공 중이며 영화감독이자 포토그래퍼, 그리고 작가로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장르의 영상을 만들면서 경험을 쌓고 있는 이 감독과 e-메일을 통해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영화는 아침 일찍 침대에서 일어나는 주인공 ‘K'의 모습으로 시작 됩니다. 눈여겨 볼 것은 ‘안경’을 낀 채로 잠들었다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완벽한 사회’는 모든 시민들이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고 살아가는 미래의 가상 도시 ‘알파베타(αβ)’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갈등이 없는 ‘알파베타’에서 시민들은 스마트 안경을 통해 정보를 얻고, 첨단 기술을 영위하는 등 편리한 삶을 살아가죠.

‘K' 역시 ’알파베타‘의 선량한 시민 중 한 명이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O‘의 집에서 ’정부를 믿지 말라는 포스터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사실 이 완벽해 보였던 사회는 얼마 전부터 반정부 세력이 등장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뿐더러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역시 제한적입니다. ‘알파베타’는 ‘스마트 안경’에 의해 통제되는 사회니까요. 이처럼 영화는 ‘안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전달받고 있는 정보와 메시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

'완벽한 사회'를 연출한 이수림(18) 감독

이 감독은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완벽한 사회’의 시나리오를 담당한 매튜(Matthew Dalton, OCSA 12)가 처음 떠올렸던 아이디어는 ‘모든 사람이 휴대폰만 보는 사회’였습니다. 이 감독은 “팀원들과 수많은 회의를 통해 ‘안경’이라는 매개체를 정함으로써 지금의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며 “SF라는 장르를 만들어 본 경험이 적어서 끊임없이 팀원들과 아이디어를 나눈 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이었다고 합니다.

“가상의 도시 ‘알파베타’를 만들어야 했어요. 이 사회가 무엇을 믿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또 어떻게 작동하고 기능하는지 등 사회의 규칙을 만들어내고 그 아이디어를 시나리오에 녹여내는 과정이 어려웠죠. 탄탄한 세계관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다 팀원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이처럼 감독은 자신의 작품이라기보다 ‘우리의 영화’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완벽한 사회’는 애초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해 놓고 시작한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계속 토론하고 글을 고치는 과정에서 지금의 메시지가 자연스레 나타났어요. 디렉팅을 하면서도 대사 한마디를 통해 하나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영화를 통해 무얼 하고 싶은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했고, 그러면서 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거 같아요.”

즉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기보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자기가 느낀 대로 생각하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다시 보고 처음 했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하고 그런 과정이 저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마냥 쉬운 건 아니지만 수림 학생이 계속해서 영화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작품을 향해가는 열정적인 순간이 좋아서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을 보고 ‘아, 어려운 이야기를 이렇게 새롭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다시 볼 때 마다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고, 영화라는 퍼즐을 풀어나가는 경험이 신선했죠. 저도 저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저 장면은 어떻게 연출했을까?’라고 고민하면서 호기심이 커지고, 배우고 싶은 게 많아졌어요. OCSA에 진학한 것도 예술만 다루는 게 아니라 과학, 역사, 언어 등 모든 학문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 보고, 안 되면 또 다른 일을 시도해 보는 그 과정을 굉장히 똑똑하고 재능 있고, 착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영화를 만드는 건 수많은 사람과 함께 일해 볼 수 있는 경험이잖아요.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건 당연하고, 다양한 역할도 해볼 수 있죠. 이번 작품에서 프로듀싱을 했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세트를 만들어 볼 수도 있고, 그 다음에는 마케팅을 담당할 수도 있죠. 제각각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단 한 편의 작품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순간이 정말 좋아요. 무엇보다 관객이 제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다른 일을 해낼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정말 ‘Amazing'한 일인 것 같아요.”

-'완벽한 사회'를 만든 이수림 감독의 추천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 피터 첼섬, 2014

“어떻게 보면 굉장히 쉬워 보이는 영화인데, 막상 만들어 보면 저렇게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어요. 주인공 ‘헥터’가 행복을 찾기 위한 과정 속에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마주했을 생각과 고민이 담겨 있죠. 그 이야기를 관객이 공감 할 수 있도록 위트있게 표현해 냈고요.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이에요.”

글=김재영 프리랜서 기자 tong@joongang.co.kr
사진제공=이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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