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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학력과 자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교육개혁심의위가 마련한 교원 양성제도 개선시안은 「혁신적」인 의욕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적잖게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개정안의 골자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교사의 수준을 높이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직의 선발요건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를 4년제 대학출신으로 제한하고 고교 교사는 대학원 석사학위 소지자로 한다거나 사범계 진학생을 엄선하기 위해 엄정한 적성 평가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이 주요대목이다.
시안이 의도하는 바는 교원의 정예화로 우리 교육의 여러 문제들을 일거에 타결한다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안은 현실에 대한 뚜렷한 인식 없이 지나치게 편의적이고 환상적인 청사진을 그려낸 느낌이다.
우선 교사의 수준을 높이려고 지나치게 고학력을 요구하는 것부터 문제다.
교사들의 학력이 높아지면 교육의 질도 자연히 상승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초등·중등교육에 필요이상으로 과도한 학력을 요구하는 것은 교육의 효율 면에서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교사가 대학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은 사회적 요구나 교육적 요구 면에서 당연한 것이겠으나 석사 이상의 학위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초·중등 교육의 문제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교사들은 과학력 풍조에 휩쓸려 학생교육에 충실하기보다 야간 대학원에 다니는 것을 위주로 하는 폐를 낳고 있다.
교사가 학문에 뜻을 두거나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사직을 아예 고학력직으로 규정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다.
더우기 대학원 교육은 원래 특수분야의 전문연구를 위한 곳이다. 그곳을 교사의 자격증 발급소 화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예비교직자는 양산하면서도 그들을 모두 교사로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며, 그런 공급 과잉 속에서 교직 기피현상도 병행하는 역설이 엄존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교사 기피 현상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우수한 교사가 교단을 버리고 수입이 2배나 되는 트럭운전사로 전직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또 중·고교에 박사학위를 가진 교사가 적지도 않다. 그러나 그들은 고학력을 자격으로 내세우지 않으며 오로지 보람과 사명감에서 사기를 가지고 교직을 선택할 뿐이다.
교직 지망자의 선발과 양성, 임용에 지나친 정부통제가 가해지는 것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범계 대학 진학자에 대한 적성평가는 2세 교육의 중요성에 비추어 물론 필요하다.
또 사대 졸업자가 1년의 수습교사기간을 거쳐 선발·임용되는 제도도 선의로 보면 무리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문교부의 교원양성제도 개선방안 검토가 실상 최근문제가 되고 있는 교사들의 교육 민주화 운동에 대한 대책으로 이루어졌다는 비판에 비추어 그렇게 낙관만 할 수는 없다.
교사가 실력이 없다든가, 사생활이 문란해서 교사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경우가 아니고 교육의 본래성을 회복하려는 충정으로 교육자적 양심에 비추어 제도적 개선을 요구했다고 해서 이들을 부적격자로 평가하는 잘못은 없어야 한다.
교육은 나라의 백년대계다. 교개심의 교원양성제도 개선시안도 그런 차원에서 좋은 교사를 놓치지 않도록 공정한 평가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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