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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허를 찌른 빈삼각의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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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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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전 1국> ●·커 제 9단 ○·강동윤 9단

10보(101~113)=1로 중앙을 두텁게 꼬부렸을 때 커제의 기분은 ‘순조로운 흐름’의 낙관이었을 것이다. 우변 흑은 깨지지 않는다. 중앙 백의 형태에 약점이 있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게 그 낙관의 배경인데 2의 빈삼각이 그 허를 찔렀다.

바둑의 초보들이 선생님들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 ‘빈삼각은 절대 두지 마라’는 것이다.

효율 떨어지는 나쁜 모양의 대표선수가 바로 빈삼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고수들의 세계에서는 ‘빈삼각을 둘 줄 알아야 프로’라는 역설이 있다. ‘하지 말라’는 금기를 깨지 않는 모범생은 우등생이지만 아마추어를 벗어나지 못한다. 프로의 세계는 금기라는 벽을 뛰어넘거나 깨부숴야 비로소 보인다. 금기를 넘어서야 창조적 발상이 가능해지고 창조적 발상을 할 수 있어야 최고가 되는 이치다.

2는 절대 선수이므로 3의 연결은 불가피한데 그때 4로 우변 흑의 진영으로 스며드는 수단이 성립한다. 5부터 13까지 쌍방 최선의 응접. 길지만 외길 코스다. 수순 중 6으로 젖혔을 때 ‘참고도’ 흑1로 째고 나오는 수가 강력해 보이지만 흑5 때 백6으로 슬그머니 나오는 수단이 있어 흑이 곤란하다. 이후 10여 수의 진행도 도미노의 핀처럼 필연으로 이어져 미세한 형세가 될 것이라는 게 검토진의 견해인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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