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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울리는 이 속설들, 정말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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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장미혜]

가을이 되니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진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도 탈모가 심해지다 보니 인터넷 상에는 탈모와 대머리에 대한 속설들이 난무하다. 탈모에 좋다면 뭐든지 할 준비가 돼 있는 이들에게 잘못된 정보는 오히려 독이 된다. 『굿바이 탈모』를 쓴 이타미 사토시 오사카의대 피부재생과 교수의 주장처럼 ‘대머리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이라면 무엇을 하든(치료약을 먹는 것 외에) 대머리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너무 우울하지 않은가. 어떤 것이 오해이고 진실인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탈모와 대머리에 대한 속설들을 살펴봤다.

1 가을엔 탈모가 심해진다 (O)

가을은 탈모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른 계절보다 탈모가 더 일어나는 것은 맞다. 가을철은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줄어들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스테로이드계 남성 호르몬으로 근육과 생식 기관의 발육을 촉진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 호르몬이 인체 내 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되면 모발의 성장을 억제하고 모발을 탈락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

또한 가을철의 큰 일교차가 두피의 유수분 균형을 무너뜨려 각질을 유발할 수 있다. 여름철에 소홀히 했던 두피 관리도 가을철 탈모가 심해지는 요인 중 하나다. 여름철에 쪼인 자외선과 두피에 쌓여있는 땀, 피지, 먼지때문에 두피 건강이 나빠져 모발이 약해질 수 있어서다.

2 대머리는 정력이 세다 (X)

모발 성장이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정력과는 무관하다. 대머리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안드로겐(남성호르몬) 양은 차이가 없다. 또한 대머리를 유발하는 호르몬(안드로겐 인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성 기능과 무관하다. 테스토스테론이 탈모를 주도하는 호르몬이라고 착각해 성욕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사람도 있지만 탈모는 테스토스테론보다는 5-알파 리덕타제라는 효소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으므로 성욕과는 관계가 없다.

3 블랙 푸드를 많이 먹으면 탈모를 예방할 수 있다 (△)

블랙 푸드에 함유된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 때문에 나온 이야기다. 폴리페놀이 머리카락과 두피 건강에 도움을 주다보니 탈모 방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검은 콩, 검은 깨 등 식재료의 컬러 성분이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폴리페놀이 많이 함유된 대표적인 블랙 푸드는 검정콩인데 이것만으론 탈모를 예방할 순 없다.

4 머리를 자주 감으면 머리카락이 더 빠진다 (X)

아니다. 반대로 두피를 청결히 하는 게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은 이미 수명이 다한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하루에 50~100개의 머리카락이 빠지고 다시 새로운 모발이 자란다. 탈모 예방차원에서 이틀에 한 번씩 머리를 감는 사람들도 있는데 매일 빠지는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빠지는 것일 뿐 전체 탈모량에는 차이가 없다. 오히려 머리를 잘 감지 않아 두피에 노폐물이 쌓이면 비듬, 지루성 피부염 등이 유발될 수 있다.

5 두피를 빗으로 두드려주면 탈모 예방이 된다 (X)

빗을 이용하는 두피 마사지가 탈모 예방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뚜렷한 과학적 근거는 밝혀진 바 없다. 두피의 혈액 순환을 도와서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될 순 있지만, 오히려 두피에 상처를 낼 수 있다. 또 두피가 점점 두꺼워지고 딱딱해질 수 있어 탈모 예방을 위해서는 오히려 하지 않을 것을 권한다. 빗질은 탈모 예방보다는 두피 각질 제거를 위해 상처가 나지 않도록 부드러운 빗으로 해야 한다.

6 탈모엔 샴푸보다 비누가 낫다 (X)

샴푸나 비누 중 뭐가 탈모 방지에 더 좋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비누를 사용하면 머리카락이 뻣뻣해지는데 이를 모발이 두꺼워진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비누보다 샴푸로 잘 세척하고 깨끗이 씻어내는 방법을 권한다. 비누는 샴푸에 비해 세정력이 약해서 자칫 두피에 찌꺼기를 남겨 탈모를 더 일으킬 수도 있기때문이다. 또 사용 후 머릿결이 거칠어 보이니 탈모 방지를 위해서라면 굳이 비누를 쓸 필요는 없다.

7 무(無)실리콘 샴푸나 자연성분 샴푸가 탈모 방지에 좋다 (△)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연성분 중에도 자신의 피부와 안 맞으면 두피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하다고 할 순 없다. 실리콘 샴푸도 무조건 피부나 두피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실리콘은 머릿결을 좋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두피에 큰 문제는 없다. 단, 샴푸 후 깨끗하게 씻어내지 않으면 민감한 두피인 경우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 푸석한 머릿결은 천연 오일을 발라 보완할 수 있다.

8 할아버지가 대머리면 손자도 대머리가 된다 (X)

탈모가 한 대를 걸러 나타난다는 격세유전 설은 틀린 이야기다. 탈모의 가장 큰 원인이 유전이긴 하지만 꼭 한 대를 걸러 유전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부모에게 탈모가 나타나면 그 자녀가 100% 탈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부모나 가족에게 탈모 인자가 있더라도 자식에게 꼭 발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꿔말하면 부모가 탈모가 아니더라도 가족력이 있으면 탈모 가능성이 있다.

9 모자를 많이 쓰면 탈모가 심해진다 (△)

머리를 꽉 조여서 혈액 공급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탈모로 직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오랜 시간 모자를 쓰고 있어 두피에 땀이 차거나 노폐물이 쌓인 것을 제대로 씻어내지 않으면 두피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모자는 자외선 차단을 시켜 두피를 보호해주는 장점도 있으니 여유 있는 크기의 모자를 써서 통기가 잘 되도록 한다.

10 탈모치료약을 먹다 끊으면 머리가 더 빠진다 (X)

먹는 탈모치료약은 하루가 지나면 성분의 90%가 몸 밖으로 빠져 나간다. 때문에 약의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먹어야 하는 게 맞다. 먹는 약을 중단하면 모발 증가 효과는 4~6개월부터 서서히 사라진다. 복용을 중단한다고 해서 탈모가 더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인데, 약 효과로 늘어있던 모발량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탈모가 더 심해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도움말 피부과전문의 임이석(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 대한모발학회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일러스트 장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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