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시안게임 특수 큰 기대는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아시안게임 개막을 며칠 앞두고 「특수」 에 기대를 걸고있는 관광쇼핑가의 움직임이 한층 부산해졌다.
국제적 쇼핑명소로 부상한 이태원일대 상가에는 중국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밍크담요들이 쇼윈도 앞에 등장, 벌써「소리 없는」호객을 시작했는가하면 시내백화점들은 영·일어 전문
통역원들을 수십명씩 고용, 외국인 손님 맞을 채비를 끝냈다.
그러나 「특수」 에 대한 기대는 아직은 어디까지나 기대일 뿐. 모피코트·일스킨·보석류등 일부 고가품목들을 중심해서는 대회관계로 관광성수기에 정작 씀씀이 큰 일반관광객들의 발길이 묶이는 바람에 매상이 오히려 줄어들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련상가의 표정을 살펴본다.

<이태원>
한림플라자·동호플라자·세계로 빌딩 등 백화점식의 대형 상가건물들이 아시안게임에 맞춰 잇달아 오픈, 일대의 점포수가 크게 늘고있는 가운데 거리 곳곳에 호돌이 기념품 판매대가 등장, 대회무드를 느끼게 하고 있다.
일찍 내한한 대회 입국자들이 거리에 하나둘 모습을 보이면서 각 상점들은 밍크담요나 간단히 살수 있는 티셔츠류·손지갑·스포츠화 등을 점포앞에 진열, 아시안고객유치에 적극 나선듯한 인상.
마춤양복에 실크의류·일스킨제품·모피코트·보석장식류등 「굵직한」 품목들이 불티났던 작년 가을 IMF총회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가방·구두를 중심으로 한 잡화류와 기념소품류에 대한 반응이 좋을 것으로 상인들은 예상하고있다. 그래서 관련점포에서는 미리 물량을 늘려 준비했다는 얘기고 꼭 10년째 의류전문상가로 터를 잡고있는「빅토리타운」 은 점차 잡화쪽으로 치중하는 고객들의 쇼핑변화추이에도 맞출겸 최근 3개 매장의 일부에 잡화매장을 마련, 재미를 보고있다는 얘기다.
특히 「가짜」 고급시계가 전략품목 (?)으로 등장한 것은 이채롭다. 내국인이나 장기체류 외국인들을 상대로 이태원시계는 연회비 몇만원을 내고 차고싶은 세계유명시계들을 매달 돌아가며 차보는 시계클럽이 조직돼있을 정도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시중에서 1백만원을 홋가하는 금딱지 롤렉스시계가 단4만원이면 된다는 이 출처불명의 감쪽같은 모조시계들이 「아시안 특수」 의 유망품으로 쇼윈도에 대거 등장, 지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있는 것은 분명 새로운 풍경이다.
상가사람들은 참가선수단보다는 임원진들의 씀씀이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쇼핑매너가 좋은-요는 부르는 대로 주는(?)-구미인들이나 엔고덕에 쇼핑관광이 한층 잦아진 일본인들에 비해서는 그 정도가 대단치 못하리라는게 공통된 지적들이다. 실제로 마춤양복·가죽제품·브라스 장식재등 몇몇 상가들에서는 아시안게임 기간중 매상이 예년만 못할 것 같다고 내다본다.
관광객들이 한참 밀려들어올 시기에 대회개최로 숙박시설도 여의치 않은데다 경비강화로 기피경향이 있어 일반관광객들의 내한이 작년보다 못할 것 같다는 예상이다. 상인들은 현재 대회일정에 묶인 참가자들이 다소 여유를 얻는 이달말께는 상가주변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있지만 아직까지는 채비를 서두는 상점들을 제외하고는 이태원거리는 평소 모습대로다.

<진도모피점>
모피류를 특별선호하는 구미·일본인들을 주고객으로 국제행사때마다 매상기록을 경신해온 진도모피 면세점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이렇다할 기대가 없는 표정. 최근 판매액은 하루 1만5천달러 내외로 평소수준이고 예년 증가세에 비해서는 오히려 줄어든 편이라는게 이태원매장책임자의 설명.
다만 이번에 대거 참가한 일본대표단에 다소 희망을 걸고있다. 엔화강세덕에 일본고객들이 날로 늘고있는 추세라 종전 전체 10% 정도이던 그들의 비중이 요즘은 30%까지 커졌다.
올들어 새로 낸 1만2천여달러짜리 최고가품중 현재까지 팔린 6벌 모두를 일본인들이 사간 정도.

<면세점>
롯데·동화등 수입면세품과 토속품을 취급하는 시내 면세점들은 매상이 이달들어 오히려 줄었다고 울상이다. 신라·한국다이어먼드·한진·파고다등 신규면세점들이 최근 새로 문을 열기도 했지만 연간 1천7백만달러씩(85년) 관광객들을 상대로 짭짤한 장사를 해온 롯데면세점이 작년9월에 1백90만달러, 지난8월에 1백65만달러의 매상을 올렸으나 올해 9월에는 매출목표를 1백60만달러로 하향조정 했다. 일본관광객들을 주고객으로 하고있는 동화의 경우도 8월보다 매상이 줄기는 롯데와 마찬가지.
이들 면세점들은 유명 스포츠용품이나 기념품류에 매기를 기대, 별도매장을 설치하고 일부 영업시간도 연장했으나 아직 이렇다할 재미를 못보고 있다는 것.
신세계·미도파·현대등 백화점은 외국손님이 찾아올 것에 대비, 영어·일본어·아랍어 등을 하는 통역까지 임시로 채용하고 추석대목과 겹쳐 「아시안 특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신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