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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정치자금 관리…” 국정원 직원 사칭 4억 뜯어낸 30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가정보원 비밀요원을 사칭하고 다니며 약 4억2000만원을 뜯어낸 30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형사 6단독 조현호 부장판사는 6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36)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 대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 A씨에게 “높은 직급의 국정원 블랙(비밀)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한 뒤 올 1월까지 10개월 간 동거했다. 그는 “전 국정원장이 작은아버지”라며 청와대 전경이 찍힌 휴대전화 사진과 롤스로이스 등 고급 외제승용차 사진 등을 A씨에게 보여줬다. 또 1억원 상당 상품권(5만원권 2000매)을 A씨에게 맡겨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재력을 과시했다.

그렇지만 이씨의 말은 사실 모두 거짓말에 불과했다. 상품권도 발행업체가 폐업해 사용할 수 없는 휴짓조각에 불과했다.

A씨에게 각종 감언이설을 쏟아내 결국 자신을 믿게 한 이씨는 얼마 후 ‘사기꾼’ 본색을 드러냈다.

지난해 4월 A씨에게 “사무실 인테리어 시공을 하는데 자금이 없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돈을 빌려주면 공사가 끝나는 대로 모두 갚고, 건물 1층에 수입가방 등을 판매하는 명품 샵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A씨 명의의 체크카드를 받아냈다.

이씨는 그해 5월 8일 회사 직원 급여 명목으로 400만원을 송금받는 등 변호사 비용, 국정원 직원 급여 지급, 추징금 이자 비용 등 명목으로 지난 1월 15일까지 모두 95차례에 걸쳐 A씨에게서 송금받거나 A씨의 카드로 결제하는 수법으로 약 2억6000만원을 가로챘다.

이씨의 사기 행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4년 6월에도 B씨에게 “나는 국정원장의 조카이고, 여당의 정치자금도 관리했다”며 “법인을 인수하는데 투자하면 다음달까지 투자원금을 반환하고 법인 이사로 올려 법인카드와 차량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속였다. 이같은 수법으로 B씨 등 4명에게 약 1억6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조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재력가인 양 행세하면서 5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4억2000만원을 편취했다”며 “편취금액이 많고 범행 수법 또한 좋지 않은 데다 피해자들과 합의도 안됐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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