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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헤지펀드 엘리엇 “삼성전자, 두개로 쪼개라”…1년 3개월 만에 공격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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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삼성물산에 이어 엘리엇 측으로부터 주주행동주의 공격에 직면했다. [중앙포토]

엘리엇, 이번엔 삼성전자 대상으로 기업분할 요구
지난해 6월 삼성물산 합병 이후 1년 3개월 만
27일 이재용 부회장 등기 이사 선임 앞두고 '기습행보'
NYT "미국식 행동주의 투자에 근거한 야심찬 행동"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7일 등기 이사로 선임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시가총액 1위(230조 원) 업체가 기업 분쟁 이슈에 노출됨에 따라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자회사 블레이크 캐피털(Blake Capital)과 포터 캐피털(Potter Capital)이 삼성전자 이사회를 대상으로 지주회사 분사와 주주에 대한 특별배당 등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엘리엇 계열의 두 펀드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검토할 것 ▶30조원 규모(주당 24만5000원)의 특별 현금배당을 할 것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시킬 것 ▶새로 만들어질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이사회에 사외이사 3명을 추가해 기업경영구조를 바꿀 것을 요구했다.

먼저 이들 펀드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눌 것을 요구했다. 또 기업 가치를 극대화를 위해 현재 삼성전자 내 개별 사업부를 관장하는 홀딩 컴퍼니(지주사)를 새로 만들라고 요구했다. 그 다음 지주회사는 삼성물산과 통합하고, 사업회사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스마트폰사업, 반도체사업, 가전사업을 모두 망라하고 있는 현재 기업 구조는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초래한다”며 "삼성전자는 선도적인 기술 기업이지만 비슷한 수준의 다른 기업과 비교할 때 주가가 30~70%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모바일을 담당하는 IM사업부, TVㆍ가전을 관할하는 소비자가전(CE)사업부, 반도체 및 부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 등 총 3개 사업부가 통합돼 있다.

기업 분할 이외에도 엘리엇 측은 30조원에 이르는 주주 대상 특별 배당도 촉구했다. 블레이크캐피털ㆍ포터캐피탈 측은 “현재 700억 달러(약 78조 원)에 이르는 유보성 현금 중에서 총 30조원, 주당 24만5000원을 배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주식 가운데 약 0.62%에 해당하는 보통주 76만218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엘리엇은 미국의 억만장자 폴 싱어가 운영하는 펀드로 지난해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등 삼성의 경영에 공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업 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말 엘리엇은 다른 외국인 투자자, 소액 주주, 네덜란드 연기금 등의 지지를 바탕으로 표결에 나섰지만 패배했다.

한 증권투자(IB) 업계 관계자는 ”주주자본주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엘리엇 입장에서 볼때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충분히 지적할 만한 소재“라며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시도 때와 비교해 더욱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입할 것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는 당분간 상승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엘리엇이 삼성전자의 분사를 주장한 데 대해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식 행동주의 투자를 아시아 기업 세계에 심으려는 야심에 찬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엘리엇은 공개 서한 말미에 “우리는 삼성전자가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하려는 결정적인 순간에 매우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제안을 했다”며 “실제 주주가치향상와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을 바라는 진심이 삼성에 닿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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