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100여 명 장례식장 모여…목사 죽음 애도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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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간 노숙자 사역을 해온 최명균 목사(맨 왼쪽·베레카홈리스미니스트리)가 지난달 10일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최 목사 생전 모습.

노숙자들이 거리의 목회자를 위해 추모예배를 열었다.

최명균 목사 심장마비 사망
"노숙인 돌보며 건강 해쳐"

지난달 11일 임마누엘침례교회, 25일 부에나파크 제일침례교회 등 2개 교회 예배당에 노숙자들이 모였다. 자신들을 돌봤던 목회자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하나둘씩 찾아왔기 때문이다. 입소문을 통해 모인 노숙자 수는 100여 명에 달했다.

이들은 예배당에 마련된 폴 최 목사(51·한국명 최명균)의 영정 사진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노숙자 윌리엄 씨는 최 목사를 떠올리며 "매번 만날 때마다 '할렐루야'라고 밝게 인사하면서 따뜻하게 기도도 해줬다.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고 울먹였다.

폴 최 목사는 지난달 10일 한국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았던 최 목사는 평소 심장에 이상이 있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노숙자 사역을 계속해온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최 목사는 지난 8년간 오렌지카운티 지역에서 베레카홈리스미니스트리를 통해 사역을 해왔다. 그동안 한인 교계로부터 침낭과 텐트 등을 기부받아 노숙자에 전달하는 '사랑의 침낭 보내기 운동'도 전개해왔다. 또, 사비를 들여 매주 거리로 나가 노숙자에 음식도 나눠주고 기도를 해주면서 소외된 이웃의 친구를 자처했다.

함께 사역했던 디케이 이 간사는 "지난 8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매주 2~3일씩 거리로 나가 노숙자를 전도하며 다니셨다. 최근 심장 때문에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한국에 있는 모친을 찾아뵙고 좀 쉬다 오겠다 했는데 한국에 간 지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평소 최 목사는 주변 지인들에게 "거리에서 새우잠을 자는 노숙자들이 이제는 '고래의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왔다. 기부받은 침낭을 어깨에 둘러메고 매주 거리로 나가 노숙자들의 차가워진 몸을 덮어주었지만 정작 그는 새우잠을 자는 목사였다. 그동안 노숙자들을 돌보느라 자신의 건강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같은 침례교단 소속의 정영민 목사(포도원교회)는 "그동안 부족한 후원비를 채우기 위해 생업을 병행하면서 동분서주하던 최 목사였는데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며 "영혼을 향한 식지 않는 열정으로 사랑을 실천했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한편, 최 목사는 아내와 슬하에 딸과 아들을 두고 있다. 골든게이트침례신학교(목회학)를 나와 미주침례신문사 등에서 기자로도 활동했다. 지난해 12월 보도된 샌타애나 지역 다리 밑 노숙자들의 삶을 현장 취재<본지 2015년 12월22일자 A-26면>할 때도 도움을 줬다. 베레카홈리스미니스트리는 함께 사역하던 피터 채 씨가 담당하기로 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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