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11곳에 20억원 대출해 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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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늘어난 통화를 줄이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계속 발행하고 수출산업설비금융 지원까지 줄이는 판국에 최근 교통부와 한국은행은 각 은행에 보낸 공문에서 유명한 요정 11개소에 모두 20억원 규모의 대출을 해주라고 종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은행이 9월 2일자로 외국인 전용 한국음식점의 시설 개, 보수 자금 융자추천업체통보라는 공문을 각 시중은행· 은행연합회 등에 보냇다.
이 공문에서 한은은 교통부 장관이 추천한 외국인 전용 한국음식점의 융자대상업체를 별첨과 같이 송부하오니 업무취급에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한 다음 서울의 대하· 풍림각, 부산의 별천지, 제주의 송림각 등 전국 11개소의 요정을 자금지원대상으로 제시했다.
특히 이 공문은 친절하게도 요정의 이름과 함께 대표자·소요자금·거래 희망은행까지 명시하고 있는데 공문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말이 좋아 거래 희망은행이지 아예 특정 은행을 정해 정해진 금액을 대출해 주라는 일방적 지시여서 지시금융 중에도 메달급에 해당.
한 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이나 지시금융을 많이 취급해봤지만 이 같은 정책금융은 해도 너무하다』며 『요즘 86·88에 걸면 안되는게 있느냐』고 한마디.
한은도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겠지만 국가대사를 앞두고 협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 지난번 금통위때 유흥업소 대출을 금지하는 여신관리규정까지 뜯어고친 일이 있다.
11개 요정과 소요 자금은 다음과 같다.
◇<서울>▲대하(4억 3천 6백만원) ▲풍림각(동) ▲다성(4천 4백만원) ▲명월(3 억 5백만원)
◇<부산>▲별천지(8천 8백만원) ▲정란각(2천 1백만원) ▲천향원(1억 7천 5백만원)
◇<경주>▲금호각(8천 8백만원) ▲요석공(4천 4백만원) ▲성림장(1억 8천 8백만원)
◇<제주>▲송림각(1억 7천 5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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