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본사-전문 의료진 20명의 공동조사로 벗긴 비결 | 장수 혈통도 무시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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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명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는 것일까. 이번 조사결과 대체로 선대가 장수하면 후대도 장수하고, 특히 이들 장수자 가운데는 장남·장녀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함께 장수마을엔 효자· 효녀가 많은것도 공통점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수명은 다 내력이있는 법이여. 이렇게 비썩 마른 나같은 늙은이(키 1백 62cm·몸무게 38kg)가 이나이까지 사는 것도 다 우리 선대가 장수한 탓이지. 혈통은 무시할 수 없는 거여.』
장흥향교의 전교를 역임한 이남기 할아버지(80· 전남 장흥군 외동면 두룡부락)는 「장수의 가계성」 을 강조한다.
이할아버지의 집안은 장동면에서 소문난 장수가문. 양친은 고희를 넘겨 부친이 77세, 모친이 73세에 작고했고 조부모는 모두 8순을 넘겨 각각 정세와 85세에 별세했다. 또 남기할아비지의 형제 자매 (4남 2녀) 도 맏형 성기씨(20년전 66세에 병사)말고는 둘째형 중기씨(83) 를 비롯, 두여동생(77, 74)과 막내 홍기씨(71) 등 5남매가 모두 70, 80대 고령답지 않게 아직도 정정하다.
장수마을 장수노인들의 부모와 조부모의 사망 연령은 과연 어떤가.
물론 장수노인들 중 이를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부모의 경우 75%, 조부모는 34%에 불과했다.
본사 특별조사반은 이에 따라 이를 기억하고있는 노인들만을 대상으로 통계를 잡아봤다.
그 결과 부모의 사망연령은 60세미만 6·7%, 60∼69세가 3· 3%인데 비해 70∼79세 46·7%, 80∼89세 30%, 90세 이상이 13·3%로 나타났다.
20세기 초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연령이 35세인 점을 감안하면 당수노인들의 부모들은 대부분 장수를 누린 셈이다.
조부모의 사망연령도 마찬가지.
60세미만이 7· 7%, 60∼69세 15· 3%, 70∼79세 30·8%, 80∼89세 38· 5%, 90세 이상이 7·7%로, 70세 이상의 장수를 누린 조부모만도 77%나 된다.
한양대 백룡균교수(유전학)는 『수명은 유전성과 함께 환경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다』 고 지적하고『외국의 유전학자들이· 초파리·쥐등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결과 유전성과 환경요인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체로 6대4의 비율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수마을 강수노인들이 오래 사는 것은 장수혈통을 이어받은 데다 장수에 좋은 여건을 갖춘 생활환경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라는 것이 백교수의 설명.
이번 조사에 드러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은 장남·장녀가 대체로 오래 산다는 점.
장수노인들 중 장남·장녀로 태어난 사람이 전체의 43·6%나 되는데 비해 차남·차너 28·2%, 3남·3녀 이하가 28·2% (이중 막내는 7·7%)에 불과했다.
백교수는 이에 대해『앞으로 연구해봐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우선 부모가 젊고 활기있는 시기에 태어났고 첫아기이기 때문에 뒤에 태어난 동생들에 비해 더 관심을 쏟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고 말했다.
장수는 「효」 와도 어떤 함수관계가 있는 것일까. 장수마을은 어딜 가나 어른을 공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전통적 유교사상이 짙게 깔려있었고, 효자·효부가 많았다.
특히 전남 구례군 간전면 양동부락과 고흥군 두원면 금성부락은 도내에서 이름난 경노효친시범마을.
마을 어귀마다 이조때부터 세워진 효자·효부비가 즐비하고, 80년대에 들어서만도 3∼6명씩의 효자·효부를 배출, 마을의 큰 자랑으로 삼고 있다.
금성부락 노인회장 유평근옹(84) 은 방학 때마다 마을 중·고교생들을 경로당으로 불러 한자와 함께 충효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8순 노인들까지도 「남녀부동석」 을 철저히 이행. 그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마을 젊은이들은 특히 예의범절이 반듯하다.
장흥군 장동면 두룡부락 젊은이들 역시 어른들에 대한 공경심이 어느마을 못지않게 지극하다. 해마다 음력 섣달 그믐날이면 마을서당 식헌정에 동네 어른들을 모시고 합동세배하는 것이 오랜 전통으로 남아있고 집에서는 매일아침 저녁 문안인사를 드리는 것이 관례로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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