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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현장 클릭] “어허둥둥~ 옛날 말 재미있어요”…판소리 들으며 읽는 심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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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으로 즐기는 고전 읽기 수업

융합수업, 체험학습, 인성교육, 코딩교육, 진로지도 등 학교 안 수업의 모습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수업도 많아 실제 교실 속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열려라공부에서 학교 안의 다양한 수업 모습을 보여주는 ‘수업 현장 클릭’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교실에 직접 들어가 무엇을 배우고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생생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첫회는 초등학교 2학년 고전 수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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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동산초 2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심청전`을 소리 내 읽고 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매주 2시간씩 고전을 배운다. 최정동 기자

“어허둥둥 내 딸, 이리 보아도 내 딸~”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동산초등학교 2학년 1반에 심청가가 울려퍼졌다. 아이들은 노랫말이 적힌 악보를 보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어허둥둥’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신나게 몸을 흔들며 내는 소리예요” “아기가 예쁘다는 뜻이예요”라며 저마다의 답을 내놨다.

‘온 몸으로’ 읽는 고전 수업

이 학교는 2012년부터 고전(古典) 수업을 하고 있다. 1~6학년 전교생이 일주일에 두 시간씩 고전을 읽는다. 이날 2학년 1반 아이들이 책상 위에 펴 놓은 『심청전』에는 단어마다 빼곡히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가마·수레·징조·불효자식 …. 잘 모르는 단어를 표시해둔 것이다. 이기준(8)군은 “옛날 말이 많지만 재미있어요. 불효자식은 엄마, 아빠 말을 잘 안 듣는 아이래요”라고 말했다. 조용한 독서 시간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학생들은 4명씩 모여 앉아 모르는 단어를 물어보기도 하고 서로 감명 깊었던 부분을 소리 내 읽어줬다. 이 학교에 고전 수업을 처음으로 도입한 송재환 교사는 “요즘처럼 다양한 매체에 익숙한 학생일수록 책을 음악·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체험’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독서라는 딱딱해 보이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학년 학생들이 읽는 『심청전』은 판소리 ‘심청가’를 들으며 공부하고 6학년 학생들이 읽는 『오만과 편견』은 같은 제목의 영화를 함께 보는 식이다.

각자의 경험이 되도록 충분한 시간 줘야

매주 두 시간 가량 읽는 책의 양은 10~20페이지 가량이다. 분량은 학생의 읽는 속도와 책의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송 교사는 “소설책 같은 경우는 학생들이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지만 철학책이나 명심보감처럼 추상어와 한자어가 많은 책은 시간을 숙독(熟讀)할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독서를 마무리 하는 활동은 ‘미니 노트’와 ‘한 구절 노트’다. 책과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작은 소책자를 만들거나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을 뽑아 노트를 만든다. 송 교사는 “아이들마다 독서에서 얻는 감상과 감동이 각자 다르다. 책에 대한 기억과 감동이 채 식기 전에 간단하게 내용을 돌이켜 보는 과정을 통해 내용을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독서 과정을 스스로의 지식과 경험으로 만드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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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문턱 넘기 위한 선생님들의 고민

고전 수업 시간을 위해 매주 이 학교 교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계획을 짜는 자리다. 송 교사는 “선생님들 중에서도 고전 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을 수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얻는 경험을 공유하고 돌아보면서 자기만의 노하우를 만든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논어』를 바로 읽기보다는 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소학』을 먼저 읽게 하는 게 낫고 『논어』의 구절들이 등장하는 영화 ‘공자’를 함께 보며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하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또한 매일 오전 8시40분부터 9시까지 20분간은 독서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가장 먼저 등교해 만나는 친구가 책인 셈이다.

송 교사는 “학교 뿐 아니라 집에서도 아이들이 책 읽기를 친숙하게 여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좋다. 아이들과 서점에 놀러가거나 시간을 정해두고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조언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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