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리예술 100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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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리의 특성은 두말할 것도 없이 투명성과 반사에 있다. 투명성은 속을 들여다보이게 하고 동시에 유리라는 물체 너머에로의 투시를 가능케 하며, 반면 반사는 외부의 사물을 투영시키면서 동시에 투영된 사물을 다시 서로 반영한다.「조리차크」의 유리작품 『신호』 는 바로 그러한 투명성과 반사작용의 역학을 매우 뛰어난 솜씨로 살려낸 작품이다.
이 유리 입체작품의 구성원리는 지극히 간명하다. 엄격한 등변삼각형의 피라밋 구성인 것이다. 그리고 이 구성은 고내로 가장 안정되고 균형잡힌 구성원리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명쾌한 구성 형태라기 보다는 그 내부에서 엮어지는 또 다른 구성 요소들의 다양한 변주이며, 나아가 그 변주의 외부에로의 투영이다.
피라밋 구성의 이 투명한 입체물은 다시 그 속에 보다 예각적인 청색의 삼각추를 도입시키고 있으며 그것을 중심으로 한 좌우대칭의 긴밀한 구도가 자리잡고있다.
이 좌우대칭의 기하학적 패턴은 서로 마주보며 또 다른 투시적 공간을 형성하고 있거니와 그것들이 서로 호응하며 정연하면서도 매우 환각적인 공간의 메커니즘을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공간 메커니즘은 결코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는 사람시점의 이동에 따라 서서히, 그리고 다양하게 공간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것은 조명의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며 또는 그 작품이 놓여진 주변 공간의 양상에 따라 변하기도하는 것이다.
투명하다는 것은「밖」과「안」이 구별될 수 없는 상태를 두고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이 작품을 한동안 응시하다 말고 내가 그속에 있는지, 그 바깥쪽에 있는지 기묘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그것이 바로 유리의「마력」이라고 쾌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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