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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을 통해 본 젊은 미술인들의 사조<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신진 미술가들의 등용문인 각종 공모전에 가본사람이면 젊은이들의 작품세계가 급격히 바뀌고 있음을 느낄수 있다. 과연 오늘의 젊은 미술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기성미술조류와 어떤 연관을 맺으며, 미술교육적 배경은 어떤지를 상하로 나누어 진단해본다.
8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국현대미술의 전망에 대한 예견과 기대는 개성화된 한국적 현대미술의 결실이라고 보았었다.
그 이유로는 첫깨, 70년대 한국현대 미술의 흐름은 크고 작은 그룹이나 단체에 의해 미술운동으로 부상하면서 그 뿌리를 내리고자 경주해왔고 둘째, 그 과정에서 작품경향의 획일화가 지적되었다.
세째, 앞서가는 작가들은 이미 서구조형 이념이나 양식에서 벗어나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시도하고 지역문화 특성이 반영된 독창적 조형언어모색에 골몰하면서 「민족적 현대미술」 또는 「한국적 현대미술」등을 주창했으며 그 반응은 당연한 귀결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배경으로는 70년대의 한국경제성장과 더불어 80년대의 개방사회 또는 문화예술 중흥정책이 미술문화발전을 크게 받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한국현대미술의 동향을 돌아볼때 기대치에 이르지 못하는 과거의 양상이 상당하게 현존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일견 보기에 80년대 현대미술이 다양화된듯 싶으나 그것은 한낱 구체적 소재선택의 차이일뿐 개성화는 아니라는 점이다.
한때 찬반의 의견대립과 고립된 미술영역으로 밀리던 이른바 민중미술(후에 민족미술이라고도 했음)에 해당되는 작품내지 유사작품들로서 이 미술운동은 70년대 후반몇몇 선구적 작가들이 모색했던 「민족적 현대미술」이나 「한국적 현대미술」하고는 이념도, 양식도 다르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 세대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점으로 보아 70년대의 집단화 미술운동들과 같은 동일 양상으로 보여진다. 그것이 특정이론에 근거한 민중미술일 수 있을까는 모르나 그것이 곧 「한국적현대미술」 이라고는 볼수 없다는 중론이다. 60년대 미국에서 번졌던 「아메리컨 니그로 아트」를 기억하면 해답은 명료해진다.
국제전에서의 시상제도가 없어지면서 공모전에대한 반응 역시 희미해진 것이 세계적 경향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국전의 탈바꿈, 그리고 민영화의 추세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생성된 잡다한 공모전이 판을 치고있다.
미술문화의 낙후지역에서의 지방행사로는 이해가 되나 그 이외 성격없는 공모전, 특히 문화창달의 사명감이라는 가면을 쓴 영리목적의 사이비 공모전등은 미술문화와 사회정화를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없어져야 한다. 양식있는 작가라면 출품도, 심사도 그 어떤관계도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미술대학 지망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내년 입시에는 미술이론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 자체에 오류가 많아 「무우즙사태」 의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언제나 그럿듯이 모든 문제해결은 작가들이 처해있는 시대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역사관과 작가의 양식을 갖고 작품활동을 해야 국제적인 흐름에 앞서가는 예술가가 될것이다.
정관모<성신여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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