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안고 바다에 투신한 세모녀의 사연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일 경북 포항시 송도해수욕장 방파제에서 세 모녀가 투신해 한 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태다.

3일 포항해양경비안전서와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17분쯤 포항시 송도동 송도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여성 1명과 아이 2명이 투신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라이트를 비추며 수색한 끝에 10여 분 뒤 이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둘째 딸(7)은 숨졌고 첫째 딸(11)은 의식이 불명확한 상태다. 아이의 엄마(45) 역시 중태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하루가 지난 3일 오후 현재까지 첫째 딸과 엄마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에 물이 차서 스스로 호흡하지 못하는 위독한 상태”라고 말했다.

세 모녀가 투신한 곳은 송도해수욕장 앞바다에 설치된 방파제다. 방파제는 해수욕장에서 바다 쪽으로 100여m에 걸쳐 설치돼 있다. 방파제 끝은 수심이 5m에 이른다. 주로 낚시꾼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기사 이미지

세 모녀가 뛰어내린 경북 송도해수욕장 앞바다에 있는 방파제 모습 [사진 독자]

기사 이미지

세 모녀가 뛰어내린 경북 송도해수욕장 앞바다에 있는 방파제 모습 [사진 독자]

목격자는 해경에서 “날이 어두워질 무렵 어깨동무를 한 세 모녀가 방파제를 따라 바다 쪽으로 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켜봤다”며 “방파제 끝에 서더니 엄마와 자매가 서로 부둥켜안고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세 모녀의 소지품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휴대전화 한 대와 약봉지·당뇨 테스트기 등이 전부였다.

자매를 끌어안고 바다로 뛴 엄마. 도대체 이들에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해경은 생활고를 비관해 투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이의 엄마는 1년여 전부터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고 포항의 작은 빌라에서 초등학생 자매와 생활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아이의 엄마는 할인마트 등에서 일을 하면서 자매를 키웠다. 엄마는 아이들을 끔찍하게 아꼈다고 한다. 이들 가족을 더욱 어렵게 한 것은 첫째 딸의 당뇨였다. 소아 당뇨를 앓고 있는 딸을 3개월에 한 번씩 서울의 큰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해줄 정도로 정성을 다해 아이를 보살폈다고 한다.

해경이 세 모녀의 집을 찾았을 때 밥솥엔 밥이 가득 들어있었고 냉장고 등엔 아이들이 먹을만한 간식도 많았다.

해경 관계자는 “유서가 없고 아동학대·정신적인 문제 등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평소 생활비와 아이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에 따라 생활고를 비관해 투신한 것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투신 이유 등를 조사하고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