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앞으로는 통장 모집만 해도 징역 5년 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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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위해 통장을 모집하는 단순 가담만 해도 징역 5년형이 구형된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서자 검찰이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박민표)는 3일 보이스피싱 사범을 엄단하기 위해 사건 처리 기준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처벌 가능한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서민 위협형 범죄인 강도상해·치상 사건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여성·아이·노인 등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가중 처벌하기로 했다.

검찰이 내놓은 새 '보이스피싱 범죄 처벌 강화 기준'에 따르면, 앞으로 보이스피싱 사범은 가담 정도나 수위와 상관 없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이스피싱 범죄 가담자는 구속 수사하겠다는 게 검찰의 새 방침이다.

또 보이스피싱 총책에 대해서는 범행 액수·기간을 따지지 않고 법률이 허용하는 가중을 적용해 법정최고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범행주도자에 대해서는 징역 10년, 중간가담자는 징역 7년, 단순가담자는 징역 5년을 기본으로 양형요소에 따른 가중범위까지 차등해서 구형할 방침이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대표적인 서민 위협형 범죄'라는 인식에 기반해서다.

검찰은 지난해 6월 구형을 강화해 보이스피싱 사범에 대한 엄벌 기조를 마련했다. 하지만 피해 액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수는 1070억원이다. 통계 집계(2007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피해 건수도 7239건으로 전년(7635건)과 비슷하다.

검찰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내부의 '자수와 협조'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성격상 내부자의 협조 없이는 일망타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자수자나 공범 검거 협조자에겐 구형량을 줄여줄 방침이다.

검찰은 강도상해·치상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도 강화했다.

강도상해·치상 범죄의 경우, 피의자 대부분이 '반성을 했다', '음주로 인해 심신미약상태였다' 등의 이유로 감경처리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검찰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강도상해·치상범죄 선고 사건(886건) 중 86%가 법정형 하한인 징역 7년형에서 감경돼 징역 4년형 이하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강도상해·치상 사건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구형 기준은 징역 7년 이상이다.

특히 검찰은 12주 이상의 상해 진단이 나오는 중상이나 불구·난치에 이르게 한 범죄에 대해선 징역 10년 이상을 구형할 방침이다.

또 방어능력이 부족한 여성이나 아동, 장애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가중 구형하기로 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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