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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봤습니다]귀잘리고 생식기 괴사된 유기견들의 하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기견은 반려동물 1000만 시대의 어두운 단면이다. 지난 7월 전국에서 신고된 유기동물은 8900여 마리에 달했다. 매년 유기되는 동물은 유기견 7만여마리를 포함해 10만 마리가 넘는다.이중 2만여마리가 안락사된다.
서울의 지난해 유기ㆍ유실동물은 모두 8902마리였다. 이 가운데 31.5%인 2166마리가 안락사됐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른 유기동물 보호기간은 10일이다. 지자체 중 서울시만 유기견 안락사 시점이 20일이다. 서울에선 보호ㆍ공고 10일에서 입양대기 10일을 추가해 20일동안 주인을 찾거나 입양의 기회를 받을 수 있다.

지난 23일 서울 답십리에 위치한 ‘땡큐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은 지난 2002년 설립된 동물보호 시민운동단체 ‘케어(동물사랑실천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구호동물입양센터다. ‘케어’는 구호와 다양한 동물종에 대한 권익대변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동물보호를 위한 법 개정과 캠페인,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땡큐센터’ 이곳엔 유기견 50여 마리와 유기묘 10여 마리가 살고 있었다. 센터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얀 강아지 두 마리가 경계하듯 ‘월월’짖기 시작했다. 이들의 눈망울엔 두려움이 서려있었다. 김은일(35·여) 센터팀장이 이들을 소개했다.

올해 6살인 푸들‘ 럭키(6)’. 오른쪽 귀에는 펀치구멍자국이 선명했다. 왼쪽 귀는 가위로 잘려져있기까지했다. ‘럭키’는 지난 2월 포천보호소 근처 비닐하우스 밖에서 구조됐다. 김 팀장은 “당시 몸에 마이크로칩이 내장돼있어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런 개 키운 적 없다’라는 호통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올해 두살인 삼식이 같은 경우에는 지난 2월9일 발견당시 생식기가 다 빠져있었고 중요부위가 다 노출돼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병원 검사 결과 누군가 교미 중에 발로 차거나해서 생식기가 노출된 것 같다는 소견을 받았다. 상태가 심각해 3차수술까지 해야했다. 현재는 다 완치된 상태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이 친구는 좋은 입양가족이 확정됐다”

아키타 믹스 ‘크리스(3)’는 지난해 4월 김포의 한 전원마을에서 식용견 농장 사장과 마을 이장을 비롯한 몇몇에게 잡혀먹힐 뻔한 순간 탈출했다. 총과 갖은 흉기로 위협을 받아 구조당시 사람에 대한 공포와 경계심이 극에 달해있었다. 김 팀장은 "지금은 조금씩 마음을 여는 중이다"이라고 말했다.

이곳 산책 봉사자들로부터 봉사동기와 생각을 들었다.

“제가 구조견들과 산책도 해보고 같이 지내보면서 느낀 건데 동물도 감정이 있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동물들을 대할 때 사람을 대하듯이 대했으면 좋겠습니다”(연내현씨)

“진심으로 반려견을 키워보면 (유기하고 싶은) 마음이 안들텐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유기한 이들이)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최민지씨)

“한해에 수만 마리의 강아지들이 버려져요. 저는 케어에 와서 유기견을 입양했습니다. 사시는 것보다 (유기견을)입양하는 것이 더 보람될 것 같습니다. 강아지들은...정말 주인이라는 표현도 싫지만... 가족과 각별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생물체들입니다. 버리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 주시고 강아지들 입장에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이재린씨)

“가족이 아프거나 몸을 못쓰게 되었다고 버리진 않잖아요. 반려동물들을 키우실 때는 책임감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가족이라는 생각을 갖고, 가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김은일 35·여 답십리 땡큐센터 팀장)

몸도 마음도 모두 상처투성이인 이들 유기견들은 하루종일 불안해하며 좁은 케이지와 창살 안에서 왔다갔다 했다. 처음 주인과 만났을 때의 ‘희망’이, 버려지며 ‘절망’이 되었을 유기견들. 이들은 삶이 고단한 듯 지쳐있었다.

‘럭키’는 취재가 끝날 때 쯤 기자에게 눈을 마주쳐주었다. 럭키의 눈은 “너무 걱정하지말아요”라고 말하는 듯 했다. 창살 밖의 기자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영상은 주인에게 버려진 이곳 유기견들의 하루다.

글ㆍ영상 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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