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우조선 회계부정 묵인 의혹' 안진회계법인 수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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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대우조선의 수조원대 회계사기를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는 딜로이트안진(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안진은 삼일, 삼정KPMG, 한영 등과 함께 국내 4대 회계법인으로 꼽힌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특별수사단은 최근 대우조선의 외부감사 업무를 맡은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10여 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대우조선 감사를 맡아온 안진회계법인은 매년 ‘적정’ 감사의견을 내놓다가 분식회계 의혹이 터지자 올 3월 ‘지난해 추정 영업손실 5조5000억원 가운데 약 2조 원을 2013년, 2014년 재무제표에 나눠 반영했어야 한다’는 사후약방문식 결론을 내리고 회사 측에 뒤늦게 정정을 요구한 바 있다.

결국 대우조선은 2013∼2015년 각각 7700억원, 7400억원, 2조9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재무제표를 수정 공시했다. 2013∼2014년 연속으로 흑자를 냈다는 재무제표가 거짓이었다는 의미다.

검찰은 지난 6월 안진회계법인을 압수수색해 대우조선 외부감사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특수단은 고재호 전 사장을 비롯한 대우조선 전ㆍ현직 경영진이 5조원 대 회계사기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여러 분식 정황이 노출됐음에도 회계법인 측이 이를 묵인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진회계법인 측은 재무제표를 수정하게 된 원인이 고의적인 회계사기 탓이 아니라 ‘기술적 실수’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대형 회계법인에서 상장사의 회계 사기를 묵인한 혐의와 관련된 수사는 상당히 난도가 높은 수사로 전례도 거의 없다”면서도 “안진회계법인 수사는 대우조선 사건의 본질적 부분 중 하나이므로 최선을 다해서 사실관계를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특수단은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58ㆍ구속기소)의 변호사법 위반혐의와 관련, ‘효성가’ 장남인 조현준(48) 전 사장을 최근 소환조사했다. 박 대표가 지난 2013년 효성가 형제의 난 당시 조 전 사장의 동생인 조현문(47) 변호사 측에서 소송 기획을 주도하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 전 사장을 상대로 당시 박씨가 분쟁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여전히 해외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인이나 회사 직원을 상대로 해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 소환 통보를 했지만 불응하는 상태”라며 “하지만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도 있고 관련된 사람도 있어서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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