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길 태워준 택시운전사에 "우리가 주범…당신 출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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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두목 정씨 자수현장=정씨는 16일 상오 9시30분 수사본부인 남3로파출소에서 2백m쯤 떨어진 의능공원앞에서 경안운수소속 서울 4파 6836호 택시 (운전사 안득환)를 타고 9시35분쯤 파출소에 도착, 자수했다.
정씨는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파출소 앞에 있던 형사 1명이 인상착의를 알아보고 접근,『누구냐』고 묻자 처음엔 『김민수다』고 가명을 대다가 『정요섭인데 자수하러 왔다』고 순순히 신분을 밝힌 후 형사에 의해 파출소 3층 옥상 조사실로 연행됐다.
정씨는 무늬가 든 흰색 남방셔츠에 하늘색 바지차림이었으며 그동안 쫓기는 생활에 지친 듯 초췌한 모습이었다.
정씨는 이날 택시에 타면서 운전사 안씨에게 『남3로파출소로 가자』면서 『파출소앞에 기자들이 많으니 차를 우회해서 갑시다』고 요구했다.
운전사 안씨가 파출소에 가자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품자 『요즘 TV도 못봤느냐. 내가 이 사건의 주모자다』면서 『당신은 주범을 태워다 주었으니 출세했다』고 태연스럽게 농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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