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선 운동회 음식 반입 금지·정문 앞에선 선물 검문…문화계는 기자·평론가 관람 혼선·기업들은 협찬 몸 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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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상당수 초·중·고교는 지난 추석 직전부터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할 때 교문에서 ‘학교 지킴이’의 확인을 거치도록 한다. 학부모가 선물을 들고 들어오면 교직원인 지킴이는 빈손으로 학교에 들어가게 한다. 선물은 되돌아갈 때 찾아가도록 보관도 해 준다. 가을 운동회가 되면 반장 등 학급 임원의 학부모들이 챙기던 교사의 도시락, 학급 간식도 없어졌다.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이번 주말 운동회를 앞두고 ‘학생·교사에게 제공하는 모든 음료와 간식 반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안 받고, 안 먹고, 안 주고, 안 가기’.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일선 학교들의 대처법이다.

교사들은 학교 밖에서 학부모를 만나는 것도 극도로 꺼린다. 강남의 한 일반고 교사는 “지금까진 고3 부모가 요청하면 외부에서도 만났지만 지금은 ‘무조건 학교로 오시라’고 말씀드린다. 커피 한 잔이라도 학부모가 결제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홍보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감은 “대입 수시가 시작되면 학교 프로파일을 들고 대학 관계자를 만났다. 지난해까지는 간단한 식사도 함께했는데 올해는 모두 생략하고 할 말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들은 때아닌 학칙 개정을 준비 중이다. 취업한 학생이 회사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면 출석을 안 해도 인정해 주는 관례가 김영란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출석으로 인정되도록 학칙을 개정하는 것이다.

문화계도 비상이 걸렸다. 다음달 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앞둔 A기획사 대표는 “열흘도 남지 않았지만 단 한 건의 기업 협찬도 못 받았다”고 밝혔다.

티켓이 5만원이 넘는 공연의 기자·평론가 관람 여부도 논란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시범적으로 서울시극단의 신작 ‘함익’의 출입기자단 관람을 허용키로 했다. '함익'은 티켓이 5만원을 넘지 않음에도 ‘출입기자단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식 행사’를 진행해 법에 저촉될 여지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반면 CJ E&M은 뮤지컬 ‘보디가드’의 무료 기자 관람을 허용치 않을 방침이다. 일종의 초대권으로 볼 수 있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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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류태형 객원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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