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공공성 오랜만에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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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MBC-TV가 지난8일밤 2시간동안 생방송으로 진행한 미아찾아주기 캠페인 『엄마 아빠, 저 여기 있어요』는 지난83년 KBS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이후 TV만이 보여줄 수 있는 「현장성의 위력」을 또한번 과시한 프로그램이었다.
지난 6월16일부터 『차인태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하루 3분씩 미아찾아주기 캠페인을 벌여놨던 MBC가 전국 3백54개 보호시설에 수용된 3만5천여 미아들중 그 일부를 서울 본사 및 지방 7개 계열사를 연결해 동시 소개한 『엄마…』에서는 이날 2시간동안 미아1백여명,미아를 찾는 부모1백여명을 소개한 결과 21명의 미아가 부모와 상봉했으며 19명의 미아가 전화확인되는등 「제2의 이산가족찾기운동」다운 쾌거를 올렸다.
극적인 상봉이 이루어질때마다 울음바다가 돼버린 스튜디오를 지켜보면서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뿐아니라 일반시청자들까지 잠든 아이를 꽉 끌어안고 눈시울을 적신 것은 방송의 「정서적 통합능력」을 과시한 일례였으며, 또 지금까지 일방적인 방송객체로만 취급됐던 시청자들이 매스컴의 주체세력으로 기능한것은 방송의 「공공성의 좌표」를 보여준 일면이었다.
그러나 『엄마…』는 KBS의 『이산…』에 비해 너무도 많은 진행상의 미숙함을 드러냈다.
먼저 미아와 기아를 분류하는 사전작업이 결여돼있었다. 소개된 아이들중 절반정도가 기아로 보였는데 이 프로그램은 우선 찾고 싶어도 찾기 못하는 「순수한 미아」들부터 많이 소개했어야 옳았다.
또 실종시기및 장소의 분류작업도 있었어야했다.
게다가 한명의 미아라도 더 소개했어야 했음에도 불구, 느린 진행및 불필요한 시간이 많았으며 미아인터뷰 역시 획일적이고 군더더기식 질문으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한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또 방영시간이 너무 늦은 것도 흠이었다. 밤10시가넘자 스튜디오에 나왔던 미아들 대부분이 잠에 떨어져 많은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방송후 걸려온 5백여통의 격려전화가 말해주듯 MBC는 이번에 큰일을 해냈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제3세계 어린이들이 연간 1백만명씩 서구섹스시장에 밀매된다는 충격적외신도 있었지만 이번 행사를 계기로 자식기르는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큰 공헌을 했다고 볼수 있다. 상기한 문제점들을 보완해 『차인태…』와같은 짧은 캠페인과는 별도로 이같은 대대적 행사를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해나갔으면 한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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