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중앙을 잘 다스리는 자가 고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기사 이미지

<32강전 1국> ●·커 제 9단 ○·강동윤 9단

5보(45~60)=삼성화재배는 오전 11시부터 대국이 시작되는데 승부가 끝날 때까지 점심 시간이 없다. 바둑이 대한체육회 가맹 단체의 공식 스포츠로 확정된 이후 점심 식사시간 없이 논스톱으로 대국을 진행하는 규정을 채택한 것이다. 이는 휴식 시간의 훈수 같은 부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인데 대국자들은 적당한 시간에 ‘아점(아침 겸 점심)’을 먹든지 대국실 한쪽에 마련된 차와 음료, 다과로 가볍게 요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프로기사들은 대체로 아침을 거르기 때문에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대국실로 향한다. 흔히 말하는 ‘아점’인데 이세돌 9단은 그조차 귀찮아서 아예 방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할 때가 많다.

우상귀 46은 응수타진. 흑A로 빠지면 바로 ‘귀살이’를 감행하겠다는 뜻인데 47로 완강하게 버티자 손을 돌려 중앙 48로 다가선다. 여기서 ‘참고도’ 흑1로 우상귀 쪽 백을 노리는 것은 소탐대실. 백2로 우변 세력이 깨지면 흑이 이길 수 없는 구도가 된다. 세력의 경계가 완전하게 설정되지 않은 중앙전은 누가 판 전체를 더 정확하게 읽느냐, 하는 대세관의 싸움. 자칫, 부분의 실리를 탐하다 균형을 잃으면 일거에 승부가 기울어버릴 수도 있는 선분(線分)과 방향의 전쟁이다. 어렵기는 흑도 마찬가지. 오죽하면 옛 선각들이 ‘고자재복(高者在腹-고수는 중앙에 있다)’이란 말씀을 남겼겠는가. 49부터 60까지 중앙의 지형이 바뀐다.

손종수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