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기술 M&A로 4차 산업혁명 길 열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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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이 인공지능과 로봇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관련 분야 기업의 인수·합병(M&A)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윤경 부연구위원은 지난 23일 경기도 여주에서 열린 전경련 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산업이 제조업”이라며 “제조업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는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중국과 함께 30%에 달하는 반면, 미국은 12%, 일본도 19%에 불과하다. 제조업 강국이라 불리는 독일도 23% 수준이다.

한국 제조업 비중 세계 최고 수준
“AI·로봇 등 핵심기술 습득이 관건”

김 부연구위원은 또 4차산업 분야는 자체적인 기술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M&A를 통한 핵심기술 습득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지난해 미국이 진행한 M&A는 934건인데 반해, 한국은 20건에 불과해 미국의 2%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127건에 달했고, 일본도 80건을 기록했다. 2009년 이후 전세계 소프트웨어 기업 M&A 거래건수를 보면 2009년 887건에서 지난해 1775건으로 6년 사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대해 김 부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시장의 재편이 빠르고 큰 규모로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M&A 거래가 지지부진한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M&A 통계는 기업 성적표로 드러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톱 50 혁신기업에 한국은 삼성전자 하나만 포함됐다. 반면 미국기업은 29개, 일본 5개, 중국도 3개 기업이 세계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전경련 박철한 국제경제팀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보호무역주의로 최근 4년 연속 세계 교역성장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밑도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유망 신흥국이 베트남과 인도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주=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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