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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전면개혁시대」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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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홍콩=박병석 특파원】창작의 자유, 학문연구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사법부의 독립, 인민대표(국회의원 격)선출방법 개선, 정책과정의 민주화와 과학화, 봉건제도의 유독 제거 및 관료주의 청산….
최근 중공과 홍콩에서 발행되는 신문·잡지·학술연구 지들은 이른바 중공의 정치체제개혁과 관련된 기사·해설·논문들로 연일 홍수를 이루고 있다.
등소평이 이끄는 새로운 개혁파정권이 들어선 78년 이후 농촌개혁으로부터 시작된 개혁의 바람이 작년하반기부터 도시개혁으로 확산되더니 이제「과학기술체제개혁」「교육체제개혁」등 사회체제개혁을 거쳐 정치체제개혁에까지 이르렀다.
경제개혁에서 출발한 개혁의 물결이 전 방면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일부 중공언론들은 「전면개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변혁의 바람을 상징하는 한 예가 작년 말 발표되어 중공국내외에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마정 사건」이다.
마정은 남경대학 철학과교수로 있는 올해 30세의 무명교수 송용상씨의 필명.
이 무명교수의「중국경제학의 10대전환」이라는 논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공의 개혁을「경제사에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위대한 실험」으로 규정하고 이미 유효성을 상실한 「자본론」등 마르크스의, 고전이론에서 탈피,「케인즈」등 서방근대경제학의 성과를 대담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올 들어 학계와 연구소를 중심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중공 판 권리장전 논의는 호계립·왕조국 등 떠오르는 제3세대를 거쳐 만리부수상·조자양 수상·호요방 총서기는 물론 최고실력자 등소평까지「모종의 정치개혁추진」을 확인하는 확실한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중공에서 정치개혁을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등소평은 80년 8월「당과 국가영도제도의 개혁」이라는 연설을 통해 관료주의·권력집중·가부장제·종신 제·각종 특권현상 등을 주요 폐단으로 지적하고 이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촉구한바 있다.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그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정치개혁논의가 최근 갑자기 열기를 띠게 된 배경과 진의다.
그 배경은 개혁정책 추진결과에 따른 두 가지 측면에서 나눠 볼 수 있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개혁파들이 경제건설 등 하부구조개혁의 성공에 자신을 얻어 상부구조(사회의 정치·법제 적 기구 및 철학·도덕·예술·종교 등 이데올로기의 총체)까지 능동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도로 평가할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상부구조는 하부구조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중국학술 계를 포함한 부정적 입장에서는 갖가지 장애에 부닥친 도시경제개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구실로 해석하고 있다.
중공 당국자들도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으며 정치개혁은 경제개혁에 비해 훨씬 복잡 다기하고 리스크(위험)가 큰 것을 인정하고 있다.
중공의 정치개혁은 비만증에 걸려 있는 공산당전정(일당독재)의 폐단을 완화한다는 전제아래 당정 분공(당과 행정의 역할분리)및 정기분관(정치와 경제운용의 분리), 그리고 간부제도의 개혁 등으로 요약된다. 한 예를 들면 창장부책제(기업의 사장책임 경영 제)를 도입했지만 창장이 당위 제1서기의 지시와 간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개혁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인도주의·인권 등의 개념이 자본주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중공지도층의 인식(경보 7월 호 등)은 또 다른 의미를 준다고 볼 수 있다.
신만보 등 일부 중공 계 신문들은 현재 중공에서 추진되고 있는「체제개혁」을 위한 논의를 ①춘추전국시대와 ②청조말기부터 중공정권수립 시까지의 시기 등에 이은 중국역사이래 3번째 백가쟁명 기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그들의 표현대로 신·구체제의 전환기를 맞은 중공이 전면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개혁노선을 뒷받침할 새로운「이론상의 돌파」(서사민 경보사장·중공 정 협 위원의 해석)를 필요로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중공의 개혁파들은『위대한 실험』을 이론적으로 구성하기 위한「중국적 사회주의」의 틀을 정립하는 정치적 쟁 명기에 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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