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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대, 해외대 공동·복수학위과정 288개 중 141개 과정은 실적 없어

중앙일보

입력

서울 사립 A대학 1학년 이모(20)씨는 다른 대학에 재학 중인 친구를 통해 해외대 교류 프로그램에 대해 들었다. 그는 한국 대학에서 2년, 해외 대학에서 2년 수학 한 뒤 두 대학에서 학위를 받는 프로그램에 지원 예정이라고 했다. 이후 이씨도 재학 중인 학교에 공동,복수학위과정에 대해 문의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못 들었다.

4년제 대학 중 해외 학위 취득 실적 없는 과정이 49%
오영훈 의원, 국내대·해외대 공동·복수학위과정 현황 자료 첫 공개

학과 사무실에 문의하니 ‘정확하게 알지 못 한다’며 교무처·국제처로 전화를 돌리기만 했다. A대학은 현재 미국·중국·프랑스 등 15개 외국 대학과 15개 공동·복수학위과정을 운영 중이지만 실제로 이 학교 학생들 중에 해외대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4개 과정, 22명뿐이었다.

A대 뿐 아니다. 국내 대학과 해외대 학위를 동시에 받는 공동·복수학위과정이 유명무실하게 운영하는 곳이 많다. 현재 국내 대학 중 74개교가 미국·중국·일본 등 29개국과 교류를 맺고 공동·복수학위과정을 운영 중이지만 실제 해당 대학 학생들이 해외대 학위를 받은 건 전체 절반정도 밖에 안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24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대학의 해외대 공동·복수학휘과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동·복수학위과정 288개 중 학위를 취득하거나 과정을 수료한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과정이 전체 49%인 141개로 밝혀졌다.

협약을 맺은 해외대 소속 학생들의 학위 취득 실적은 더욱 심각했다. 해외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중 협약을 맺은 국내 대학 학위를 받거나 과정을 수료한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는 과정은 78개로 전체 27%밖에 안됐다. 나머지 73%에 해당하는 210개 과정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전체 74개 대학 중 12개교는 외국대학과 공동,복수학위과정을 설치해 놓고도 국내대학과 외국대학 학생의 학위 취득이나 수료 실적이 한 건도 없었다.

정부 차원의 해외 학위 과정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는 올해 초 ‘국가학위인정정보센터(NIC)’ 개설해 고등교육분야에서 국제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이해숙 교육부 대학평가팀 과장은 “현재 아태지역 학위인정협약의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올해 안으로 NIC 정부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영훈 의원은 “외국대학과 공동·복수학위를 설치만 해놓고 운영되지도 않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국내 대학의 신뢰가 떨어질까 우려된다.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닌 내실 있는 국제교류 프로그램 운영할 수 있게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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