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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벌집 제거작업중 소방관 사망했다면 순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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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소방대원이 벌집을 제거하고 있다 [충남 아산소방서 제공]

소방관이 벌집 제거 작업중 말벌에 쏘여 숨졌다면 순직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2부(부장 윤경아)는 고(故) 이종태 소방관의 유족이 인사혁신처의 순직유족급여 지급 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경남 산청소방서 소속이던 이 소방관은 지난해 9월 7일 오후 산청군 시천면의 한 감나무 농가에서 말벌 집을 없애달라는 신고를 받고 동료와 함께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이 소방관은 동료가 감나무에 올라간 사이 10여m 떨어진 곳에서 동료의 보호복 착용을 돕고 신고자를 안전한 장소로 데려가는 등 보조 업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말벌에 왼쪽 눈을 쏘여 응급처치를 받은 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과민성 쇼크로 숨졌다. 이에 이 소방관의 유족이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당시 인사혁신처는 말벌퇴치 작업은 위험직무가 아니어서 이 소방관의 사망은 순직이 아닌 ‘공무상 사망’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등검은말벌집 제거작업은 토종 말벌집 제거에 비해 훨씬 위험성이 큰 업무여서 생명ㆍ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성을 수반하는 작업”이라며 “이 소방관은 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나무에 올라가 말벌집 제거작업을 한 소방공무원이 사망했다면 순직으로 인정됐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한 팀으로 출동한 다른 소방관에게만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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