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3월 외교안보 자문단을 공개하자 정부엔 비상이 걸렸다. 생소한 이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캠프에 선을 대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은 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그러다 지난달 에드윈 퓰너(사진) 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이 트럼프 진영에 합류했다는 소식은 외교 당국자들에게 다소 위안이 됐다. 퓰너 전 이사장은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다른 나라에 비할 바 아니다”(지난해 10월 월간중앙 인터뷰)고 말할 정도로 친한파다. 1971년 한국을 찾은 이래로 매년 두세 차례 방한했으며 북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민주엔 외교호흡 맞춘 인물 많아
“정부, 공화당 내 인맥 적극 활용을”
정부 관계자는 23일 “정통 보수 학자들이 트럼프 캠프의 안보 정책에 직접 관여하는 흐름으로 갈 것”이라며 “그중에는 한국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이도 다수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퓰너 전 이사장은 한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며 “이제 트럼프 캠프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퓰너는 한국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 친분도 두텁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다. 퓰너는 DJ와는 서로 ‘친구’로 불렀고,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보수 성향의 새누리당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다. 새누리당이 95년 출범시킨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은 퓰너의 헤리티지재단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90년대 존스홉킨스대 교수 시절부터 만났다”며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해 조언도 해준 인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퓰너 이외에는 트럼프 캠프와 이렇다 할 인맥이 없다는 건 여전히 문제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진영과 쌓아온 네트워크와는 차이가 크다. 클린턴 캠프 측은 후보 본인은 물론 외교브레인인 커트 캠벨 전 국무부 차관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대북·대이란제재 조정관 등이 한국 외교 당국자들과 직접 호흡을 맞췄다.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심윤조·김종훈 전 의원 등 당내 외교통이 거의 전멸해 기존 공화당 라인 외에 트럼프 후보자와 직접 네트워크를 만들기 쉽지 않다”며 “현재로선 현지 학자를 통해 동향을 보고받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장 시절인 2008년 송도국제도시 투자유치차 트럼프 후보와 딸 이방카를 직접 만났던 안상수 의원은 “비즈니스 매너가 훌륭한 분으로 기억한다”며 “성공한 기업가답게 합리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를 직접 참관했던 김세연 의원은 “안보와 경제·무역 정책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공화당 및 정부 인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수진·안효성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