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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경의 Shall We Drink] <34>코카콜라의 조상이 두통약이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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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봐도 거대한 코카콜라 병과 빨간 코카콜라 뚜껑이 시선을 끈다.

여행은 메뉴판과 썸 타기다. 삼시세끼 낯선 식당에서 메뉴판과의 ‘밀당’은 피할 수 없는 즐거움 아니던가. 자, 여긴 뭐가 맛있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메뉴판을 펼친다. 그때 처음 본 메뉴가 눈길을 끌면, 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진다. 눈빛을 반짝이며 메뉴를 읽어본다. 본격적으로 설레기 시작한다. 그러다 뜻 모를 재료나 혀를 얼마나 굴려서 읽어야 할지 모를 단어가 튀어나오면 흠칫 놀라기도 한다. 아 저 메뉴 이름도 낯선데, 입에 안 맞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점점 뭘 먹을까 하는 고민 속으로 진지하게 빠져든다. 순간의 메뉴 선택이 여행의 즐거움을 좌우하는 법이니 말이다.

그럴 때 드링크(Drink) 리스트에서 콜라를 발견하면 오랜 친구를 만난 것 마냥 반갑다. 마음 한구석이 안심되면서 낯선 메뉴에 도전해야겠다는 용기가 불끈 솟는다. 늘 건강보다 쾌락을 위해 음식을 먹어온 내게 콜라는 메뉴 선택에 실패해도 시원한 입가심을 보장하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솔직히, 맥주만큼 감격스럽지는 않아도 마실 때마다 ‘그래, 이 맛이야’ 하는 기분이 든다. 톡 쏘는 탄산과 달짝지근한 맛은 어느 나라에서 마셔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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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를 개발한 약사 존 펨버턴의 동상.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 애틀랜타(Atlanta)의 약사 존 펨버턴(John Pemberton)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평소 여러 약제를 조합하길 좋아했는데, 어느 날 두통약 제조를 시도하다가 캐러멜 색 시럽을 만들었다. 그 시럽을 약국으로 가져가 탄산수로 희석해 손님들에게 맛을 보였더니 “뭔가 특별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손님들의 호평에 용기 충천한 펨버턴은 이 음료를 5센트에 팔기 시작했다. 펨버튼의 회계 담당 프랭크 로빈슨(Frank M. Robinson)이 이름 없는 음료를 ‘코카콜라(Coca-Cola)’로 명명하고 대문자 C자가 돋보이는 흘림체 로고까지 디자인해줬다. 로빈슨도 그땐 알지 못했다. 당시 하루 평균 9잔 팔리던 코카콜라가 훗날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줄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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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코카콜라를 찾은 관람객들이 코카콜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코카콜라의 가능성을 알아본 이는 아사 캔들러(Asa Candler)라는 사업가다. 펨버턴으로부터 사업권을 사들인 그가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코카콜라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1915년부터 허리가 잘록한 S라인 병에 담아 팔기 시작했고,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대회부터 올림픽 후원도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후엔 빨간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 광고 캠페인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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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코카콜라에선 코카콜라의 마스코트, 북극곰도 만날 수 있다.

코카콜라의 고향, 애틀랜타에 가면 다운타운에 코카콜라를 개발한 펨버턴을 기리는 펨버턴 플레이스(Pemberton Place)가 있다. 펨버턴 플레이스 가운데엔 ‘월드 오브 코카콜라(World of Coca-Cola)’가 우뚝 서 있다. 코카콜라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이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 옆에는 존 펨버턴이 코카콜라 잔을 들고 건배사를 외치는 듯한 동상도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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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를 주제로 한 팝 아트 전시.

더위가 가시지 않은 여름의 끝자락, 콜라의 청량한 매력에 빠져볼까 하고 월드 오브 코카콜라의 문을 두드렸다. 안내를 맡은 이들은 이보다 반갑게 맞아줄 수 없을 정도로 유쾌한 인사와 함께 콜라를 한 병 줬다. 안으로 들어가자 영상, 옛 제품과 광고물, 코카콜라의 역사와 제조법에 대한 깨알 정보 등 다양한 전시가 이어졌다. 코카콜라 제조 과정은 물론이고, 코카콜라를 주제로 한 팝아트 작품 전시를 통해 코카콜라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살펴볼 수 있다. 해피니스 팩토리 영화관(Happiness Factory Theater)과 시크릿 포뮬러(Secret Formula) 4D 영화관에선 영상도 상영한다. 곳곳에 놀이공원처럼 즐거운 공기가 둥둥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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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가 세계 각국에서 선보이는 음료들.

마지막은 코카콜라가 나라별 입맛에 맞춰 선보인 음료를 맛볼 수 있는 시음 코너다. 페루의 잉카 콜라 등 낯선 이름에 호기심이 동해 이것저것 마시다 보니 배가 다 부를 정도였다. 한데 시음을 하면 할수록, 코카콜라와 비교가 됐다. 코카콜라 특유의 상쾌하고 달콤한 맛에 길든 탓일까. 웬만한 탄산음료로는 코카콜라를 대체할 수 없구나 하는 마음으로 출구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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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콜라를 맛볼 수 있는 시음 코너.

월드 오브 코카콜라를 둘러본 뒤 맞은편의 ‘조지아 아쿠아리움(Georgia Aquarium)’이나 도보 5분 거리의 뉴스 전문 TV 방송국 CNN센터에 들러도 좋겠다. 애틀랜타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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