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주문한 배|26척이나 안 찾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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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국선주들로부터 주문 받아 건조를 해놓고도 안 찾아가는 선박들이 갈수록 늘고있어 극심한 수주부진과 선가폭락 등으로 심각한 불황을 맞고있는 국내 조선업계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발주를 해놓고 중간에 아예 계약자체를 취소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있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조선소가 건조를 끝내고도 인도를 못하고 있는 선박은 총 26척(7억 4천 6백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조선소별 미인도선박은 현대중공업이 가장 많은 12척(2억 7천 6백만 달러)이며 대우조선(2억 2천 8백만 달러)과 삼성중공업 (1억 2천 8백만 달러)이 각각 5척, 조공이 4척(1억 1천 4백만 달러)이다.
또 올 들어 건조계약 자체가 취소된 것만도 총 5척(9천 6백 달러)으로 대우와 삼성이 각각 2척, 현대가 1척이다.
이처럼 외국선주들의 선박인수기피 및 취소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선가가 계약당시보다 최고 40%가까이 떨어져 선가의 12%에 해당하는 선수금을 포기하고도 현 시가대로 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선주입장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선주들은 국내조선소에 연불금리의 인하, 연불금융 거치 기간의 연장, 선박 인도기일의 장기연장, 선가인하 등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인수를 지연시키고 있다.
국내조선업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주 측의 일방적인 선가인하 요청이 있을 경우 인도일자의 연장 및 거치기간 연장 등으로 대처해왔으나 최근에는 선가인하요청에 불응할 경우 일방적으로 선박인수를 거절하거나 고의적으로 지연시키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선주 측의 무리한 선가인하 요청에 응하거나 자체부담으로 연불금리를 낮춰가며 인도를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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