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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사기도박꾼 만든 후 협박해 돈 뜯어낸 일당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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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도박에 사용된 뒷면이 보이는 카드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지난해 5월 보험회사에 다니는 A씨(26)는 평소 알고 지내던 초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도박장에서 잔심부름을 하면 용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이후 잔심부름을 하며 경기도 안양의 한 모텔 객실 안에서 이뤄지는 도박판을 지켜보다 뒷면이 보이는 카드와 특수 콘택트렌즈 등을 사용해 돈을 따는 것을 알았다.

A씨는 이후 “쉽게 돈을 딸 수 있으니 사기도박을 하자”는 지인 등의 제안에 넘어가 도박판에 끼게 됐다. 이후 도박을 하던 중 중 갑자기 몸에 문신을 한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들어오더니 “어디서 사기를 치느냐. 죽고 싶냐.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A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손에 든 스마트폰 카메라로 현장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A씨는 현금 1300만원과 자신의 고급 외제차량을 빼앗겼다. 현금 7000만원을 내겠다는 각서도 썼다. 이 과정에서 당장 현금을 마련하지 못해 사채업자를 통해 25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자신을 도박판으로 부른 지인과 도박판에서 돈을 잃은 사람, 건장한 체격의 남성, 사채업자 등은 모두 한패였다.

비슷한 시기 지방대학생 B씨(26)도 지인으로부터 도박 제안을 받았다. B씨는 이후 도박에 나서 해외유학을 위해 1년간 아르바이트로 모은 1000만원을 날렸다. 이에 본전을 되찾겠다는 생각에 사기도박에 나섰는데 역시 문신을 한 남성이 방 안으로 들이닥쳐 협박했다. 가지고 있던 100만원을 빼앗긴 후 ‘1600만원을 갚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쓴 뒤 풀려났다. B씨도 A씨와 마찬가지로 C씨(28) 조직이 꾸민 사기도박판에 당한 것이다.

C씨 조직은 모집책과 도박책·바람잡이·공갈책·사채업자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을 벌였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공동공갈 등 혐의로 C씨 등 4명을 구속하고, D씨(29)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C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안양의 한 모텔에 도박장을 차려 놓고 A씨 등 3명으로부터 1억1000만원 상당의 현금·외체차량 등을 빼앗은 혐의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도박 조직이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한 사건”이라며 “도박 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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