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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스토리] 지역 문화·예술 중심지로, 콘셉트 입혀야 전통시장 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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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현재를 알려면 시장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시장이야말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가 담겨 있어 지역의 모든 것을 손쉽게 알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은 그간 주민들의 삶의 터전으로서 많은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소비자 구매 패턴의 변화와 대형마트와 같은 신 유통업체의 급성장으로 인해 전통시장이 크게 위협받고 있으며, 또 영세 상인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정부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즉 지난 2002년부터 노후화된 시장 건물, 화장실의 개·보수, 고객 쉼터 등 편의시설 확충, 그리고 시장 및 점포경영 합리화를 위한 상인 교육 등에 3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였다. 전통시장 시설 및 경영 현대화에 정부가 많은 힘을 쏟았다는 것이다. 최근 반등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인 전통시장의 총 매출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걱정스럽다. 노후화된 시장 시설은 분명 현대 소비자들의 전통시장 방문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고, 또 시설 현대화는 소비자들을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그러나 단순한 시설 개선만으로는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즉, 시설 현대화 중심의 시장 지원으로는 막강한 자본력과 조직력을 갖고 있는 신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전통시장이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다.

먼저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방천시장을 보자. 2006년 당시 방천시장은 급격히 쇠퇴해가던 시장 중 하나였으나, 지금 방천시장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관광명소가 되어 있다.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아무도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벽화를 그려 넣고, 이곳 출신이면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고(故) 김광석 추모 거리를 조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젊은 예술가에게 저렴한 월세로 빈 점포를 빌려주고, 문화공간인 ‘김광석 홀’도 조성했다. 환언하면 오가는 사람이 없던 시장에 문화와 예술을 담음으로써 방천시장만의 특색을 입혔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15년 한해 8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은 대구 지역 관광 명소로 거듭나게 됐다.

대구 방천시장, 원주 중앙시장
특색 살리는 노력 다행스러워

또 복잡하고 불편했던 통로를 멋진 시장으로 승화시킨 원주 중앙시장을 보자. 원주 중앙시장의 2층 상가는 찾는 사람이 적어 상인들이 시름에 빠져 있었다. 미로처럼 복잡한 통로가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준 것이 문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 상인들이 2층 상가에 들어와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즉, 복잡하고 불편했던 통로를 ‘미로’라는 콘셉트 아래 숨겨진 점포를 찾아가도록 함으로써 이용객들이 ‘재미있어 하는 공간’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벽에 개성 넘치는 그림을 그려 넣음으로써 더욱 흥미 있게 만들었고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 중앙시장만의 특색을 더했다. 그 결과, 주말이면 1500여 명이나 찾는 활기 넘치는 시장으로 변모하게 됐다.

대구 방천시장과 원주 중앙시장은 전통시장에 특색을 입혀 시장을 단순히 쇼핑을 하는 공간에서 ‘문화와 예술을 느끼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전통시장 활성화를 이룬 사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이처럼 문화와 예술을 담아 특색 있는 전통시장을 만들고자 하는 곳이 전국적으로 75곳에 달한다고 한다. 지역의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전통시장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은 방문객들의 요구에 맞춰 전통시장 활성화를 도모한 결과이다. 이제라도 전통시장만의 고유한 특색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요컨대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그 시장 고유의 특성을 찾아 차별화시켜 나가야 한다. 지금의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전통시장 모두가 저마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넘치는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났으면 한다.

장흥섭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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