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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소화성 궤양|"스트레스 받을 때 분비되는 위산이 주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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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 나라에서 가장 흔한 소화기 질환은 소화성 궤양으로 열 사람 중 한사람은 일생에 한번은 궤양을 앓는 것으로 집계되어 있다.
소화성 궤양이란 음식물이 통과하는 소화관에 생기는 궤양을 총칭하는 것으로 위에 생기는 위궤양과 십이지장에 생기는 십이지장궤양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며 식도나 소장에 생기는 수도 있다.
위산이나 펩신(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에 의해 위벽(위점막)의 일부가 파괴되어 분화구처럼 깊게 팬 홈(조직탈락)을 위궤양이라 부르며 십이지장에 생겨있다면 십이지장궤양이 된다.
같은 조직탈락이라 하더라도 의의 두 번째 층(점막하층)까지만 팬 경우는 미란성 위염이라 하여 세 번째 층(근층)이하까지 팬 궤양과 구분하게 된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한 위점막은 언제나 염증상태에 있기 때문에 이곳은 항상 궤양에 걸릴 위험이 노출되어 있는 셈인데 특히 우리 나라는 음식이 자극적이고 거친데다가 위장질환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도 궤양환자가 많은 이유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대체로 위궤양은 나이 많은 층에 많고 십이지장궤양은 20∼30대의 젊은 층에 많은 것으로 되어있는데 과거에는 위궤양이 훨씬 많았으나 80년 이후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 나라도 서구와 같이 십이지장궤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원인>
궤양의 발생기전에 대해 중앙대의대 김종숙 교수(부속 성심병원내과)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궤양을 일으키는 공격인자와 이에 대항해 위장관을 보호하는 방어인자가 평상시에는 평형을 유지하면서 생리작용을 하고 있다가 어떤 원인에 의해 공격인자가 강해지거나 반대로 방어인자가 안 해질 때 평형상태가 깨지면서 궤양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공격인자로는 위산이나 펩신, 과도한 정신긴장, 약물이나 카페인등을 들 수 있으며 방어인자로는 위점막의 저항력, 위벽을 보호하는 점액, 위장관벽의 혈류순환 등을 들 수 있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위에 도달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위산이나 펩신이 분비되는데 정상상태에서는 과다하게 분비되지 않고 적당한 위내 산도가 유지되어 소화작용을 돕는다. 그러나 과식·자극성이 많은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위산분비가 필요이상으로 많아져 위점막을 상하게 하고 결국 궤양을 만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궤양의 범인은 위산으로 「위산이 없다면 궤양은 생기지 않는다」(No acid No ulcer)는 유명한 말도 있다.

<증상>
연세대의대 문영명 교수(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궤양의 대표적인 증세로 속쓰림과 통증을 든다.
이 같은 증상은 위궤양의 경우 음식물을 먹은 직후, 그러니까 식후30분에서 2시간 사이에 잘 나타나며 십이지장궤양은 식후2시간에서 다음 식사 전까지의 공복 시, 또는 한밤이나 새벽녘에 잘 나타난다.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는 대개 명치 밑이지만 좌우측 상복부나 배꼽주위, 또는 등 쪽이 아프다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궤양이 오래 경과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나타나는데 주요한 합병증으로는 토혈·혈변을 들 수 있다. 변이 붉으면 겁을 내지만 푸르거나 검을 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것은 소화관 어딘가에 이상이 있다는 뜻이므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그대로 두면 대량출혈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궤양이었는데도 이 같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20∼30%나 되며 반대로 속이 쓰리지만 궤양이 아닌 경우도 많다.

<진단>
궤양의 진단에는 임상증상을 비롯해 흰가루 같은 조영제(바륨)를 먹은 후 X선으로 위 사진을 찍는 상부소화관 조영검사와 손가락 굵기의 긴 관을 입과 식도를 통해 위에 넣어 위점막을 살펴보는 위내시경검사가 많이 쓰이고 있다 .X선 검사가 손바닥 전체를 보는 것이라면 내시경검사는 손금을 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우열을 가릴 수는 없으나 직접 눈으로 들여다보면서 궤양성 위암여부도 가릴 수 있고 간편·정확하며 필요한 경우 조직검사와 지혈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은 내시경검사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문 교수는 특히 우리 나라는 위암이 많기 때문에 40대 이후의 연령층에서는 경우에 따라 내시경에 의한 조직검사로 감별진단을 해야할 때도 많다고 말한다. 어떤 방법을 쓰든 검사자가 얼마나 경험이 많고 정직하며 정성을 다하느냐가 중요하다.

<치료>
경희대의대 민영일 교수(내과)는 『한번 궤양은 영원한 궤양』이라는 말로 궤양치료의 어려움을 지적한다. 당뇨병환자가 꾸준히 혈당을 조절해야하고 고혈압환자가 혈압조절을 꾸준히 해야하듯 궤양환자도 지속적으로 위산조절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
궤양의 치료원칙은 「병」이 되는 공격인자를 줄여주고 「약」이 되는 방어인자를 증강시켜주는 것으로 식이요법과 약물요법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민 교수는 위장이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음식물을 먹고 소화를 해야하는 기관이어서 굶어가면서 치료를 할 수는 없으므로 먹어서 편한 음식이라면 음식의 종류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영양장애는 방어인자인 외점막의 저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죽으로만 때우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위산분비를 촉진하는 음식, 예로서 카페인이 들어있는 코피나 홍차·청량음료·드링크류·과도한 향신료와 담배는 피하라는 것. 특히 담배중의 니코틴은 위 운동을 나쁘게 하며 창자액을 역류시킬 수 있으므로 궤양치료에 금연은 절대적이라고 강조한다.
우유의 경우 과거에는 위벽을 보호해 준다하여 권장되었으나 우유중의 카제인이라는 단백질과 칼슘성분이 위산분비를 촉진하며 더욱이 한국인은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늘 먹지 않던 사람이 궤양치료 목적으로 일부러 마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고려대 의대 현진해 교수(부속혜화병원 소화기내과)는 궤양에 쓰이는 약물은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 위산의 분비를 막아주는 위산분비억제제, 궤양표면을 감싸주는 위점막 보호제 등 여러 가지가 나와 있고 효과도 좋으나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자각증상에 따른 광고문안만 보고 아무 약이나 선택하는 것은 오히려 궤양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킨다.
궤양약을 2∼3일 복용하면 대개의 경우 속이 쓰린 증상이 없어지는데 헐어있는 궤양을 자극시키는 위산이 줄어드니 증상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같이 증상이 없어지면 당장 아픈 데가 없다고 나은 것으로 착각,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나중에 증상이 다시 나타나면 남아있는 약을 복용하기 일쑤인데 이런 식으로 궤양을 치료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완치판정이전에 약을 끊는 사람은 틀림없이 재발이 된다고 한다. 의사들은 대개의 경우 궤양 치료기간으로 2개월은 잡아야한다고 말한다.
물론 의사의 지시에 갈 따른다는 전제하에서다.

<예방>
민 교수는 궤양의 근본적인 원인을 완전히 모르는 상태이므로 예방을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말하고 다만 공격인자로 인정되고 있는 스트레스·과음·과식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또한 식사를 빨리 하는 사람, 식사시간이 불규칙한 사람, 뜨거운 것을 잘 먹는 사람, 신경질을 잘 내는 사람, 걱정거리가 많은 사람일수록 궤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주장도 있어 이점도 예방이나 치료 시 유의할 사항이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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