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저작권협약 가입 앞둔 출판계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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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출판계가 비상이다. 외국인저작권에 대한 전면보호가 1년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그 충격파가 전 문화계로 번지고 있다. 제2의 「개항」 (?)이라고나 할만큼 생경한 출판환경에 어떻게 적응할지 고심하고 있다.
반응은 세 갈래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보다 긍정적인 입장이다. 무단복제나 번역행위가 억제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문화국가로 대접받으리란 것이다.
또 책이 제대로 수입되고 번역돼 출판의 질을 높임으로써 출판문화 향상의 계기도 되니까 결국 독자도 이득을 보게될 것이란 것이다. 정부당국과 국내저작자, 일부 대형 출판사들의 견해다.
또 하나는 부정적인 반응으로, 경제적 타격을 들고있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의 중심논리다. 출판사들은 새로운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한다. 84년 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로 추정하면 우리의 지불액수는 최소한 번역부문 로열티 2백억원, 복제 (리프린트) 판 로열티 1백억원에 복제·번역을 못해서 생기는 외서 수입량 증가비용 3백억원등 연간 5백억원 내지 9백억원의 부담을 지게되며 그 액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 여파로 책값은 로열티로 정가의 10∼15%외에 15∼20%가량의 저작권 계약 교섭수수료 등이 붙어 결국 현재보다 25∼30% 상승, 이를 독자들이 부담하게 된다.
또 현재 국내대학교재중 의학계통이 거의 1백%, 이공계통이 60∼70%를 원서 또는 복제출판에 의존하고있는 점을 감안하면 새 학기에 맞춰야할 대학교육용 교재수급은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있다. 아시아판권을 가진 일본 등의 횡포도 문제다.
또 현재 4백개 업체, 연간 거래액 2백30억원으로 추정되는 복제출판계의 실업·도산문제도 심각하다.
출협(회장 임인규)은 △미국 출판물의 복제 출판에 10년 소급보호를 인정한 점 △외국인저작권의 보호시기를 87년 하반기로 앞당긴 점 △저작권 보호기간을 UCC(세계저작권협약) 가 사후25년, 현행 국내저작권법이 30년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50년으로 연장한 점에 유감을 표시했다.
한편 마지막 입장 역시 부정적이되 민족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일부 출판인들과 문화계 인사들의 견해다.
이들은 외국인 저작권 보호문제가 민족적 위기의 문제로서 정부간 협상과정에서 다른 산업의 수출을 위해 결코 희생될 수 없는 중요한 문화적 영역이라고 보고있다. 상품과 문화는 구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강대국의 횡포로 밖에 볼 수 없는 저작권보호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출판계뿐만 아니라 문화전반이 일대 혼란기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우리의 선진적인 지식·정보·문화수용이 선진국에 의해 좌우되며 △외국문화자본의 영향으로 우리 출판계가 위축되며 △독자의 부담이 가중되며 정보와 지식의 단절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외국인저작권도 당연히 존중해야 하나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정도의 보호를 약속하는 것이 약속을 해놓고 못 지키거나 지키려다 바보나라가 되는 것보다는 현명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외국인저작권보호가 민족문화발전의 보호, 민족경제발전의 보호에 우선될 수는 없고 이러한 민족적 입장에서 볼 때 최소한 현 단계서의 조약 가입은 불가능하며 서기2000년 까지는 버텨야할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 운동협의회(회장 정동익·최영희) 는『우리민족의 문화적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조약가입을 반대한다』고 밝히고『미국의 일방적 압력에 굴복한 정부의 자세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며 앞으로 범국민적 항의·극복운동을 전개하겠다』 고 선언했다.
외국저작물 중개제도, 즉 저작권 위탁관리업도 새로운 직종으로 등장할 것이고 저작권관계 전문가들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대형출판사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반면 경쟁에 끼여들지 못하는 소형출판사들은 국내필자들을 찾아 나설 것이며 국내 필자들 역시 바빠질 것이다. 비싼 책들에 대한 가수요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국제저작권법 개정과 국제협약가입·비준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출협은 지금까지의 그들의 주장을 이 과정에서 관철시키려 노력할 것이고 한출협측도 지속적인 협약가입 반대운동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량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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