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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공무원이 발주 브로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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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퇴직 공무원이 중소기업협동조합 임원으로 선임돼 발주처인 공공기관에 로비를 하거나 물량 배정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는 등 부패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공공기관이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해 물품을 일괄 구매하는 '단체수의계약제도'를 악용한 데 따른 것이다.

25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따르면 단체수의계약 수주량이 많은 중앙회 산하 10대 업종별 조합 임직원 중 공무원 출신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 산하 부패방지위원회는 이들이 퇴직 전 근무처인 발주기관과 담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발주기관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개별업체들은 수주를 많이 받기 위해 이들을 상대로 뇌물공세를 펴기도 한다.

1999년 상공부 출신으로 한국조명협동조합 간부가 된 金모씨는 단체수의계약과 관련, 조명공사업체로부터 2천2백만원의 뇌물과 해외 골프여행 등 1천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또 계약정보를 얻기 위해 발주기관에 사전 로비해 부당하게 물량배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전북도의 신청사 관급자재 수의계약(1백41억원) 비리 의혹을 조사한 도의회는 3개 조합과 이들로부터 부당하게 물량배정을 받은 8개 업체, 해당부서 공무원 8명, 김창수 전 도지사 비서실장 등 20명을 검찰 등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부패방지위원회는 ▶관련부서 공무원이 퇴직 후 2년간 조합 임원으로 채용되지 못하도록 유예기간을 두고▶조달 물품의 현장조사를 강화하는 등의 개선책을 제시하고 다음달 중 중소기업청에 권고할 예정이다.

단체수의계약 제도=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정부.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물품을 중소기업협동조합에서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2002년 현재 89개 조합에서 1백49개 품목(총액 4조5천4백80억원)의 정부조달 물품을 납품하고 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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