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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1200여년 전에도 6.7규모 지진 발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5.8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1200여년 전에도 경주에서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지적한 연구 결과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서기 779년 경주에 규모 6.7 지진 발생"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지난해 저술
삼국사기 "경주에 강진" 10차례 서술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증거"

이기화(75)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가 지난해 발간한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에 따르면 『삼국사기』는 서기 779년 3월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 상황에 대해 "집들이 무너지고 100여명이 죽었다"고 서술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피해 상황으로 볼 때 당시 경주 사람들이 느낀 지진의 진도(震度)는 건축물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8(Ⅷ)~9(Ⅸ)였고, 리히터 규모로는 6.7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주에서는 진도 8(Ⅷ)이상의 강진이 서기 34년에서 779년 사이에 모두 10차례 발생했다. 서기 100년과 304년, 510년에도 각각 강진이 발생해 "집들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죽었다"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경주에서 이처럼 강진이 자주 발생한 것이 경주를 지나는 양산단층 탓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거나 지난 12일 지진에서 보듯이 양산단층은 활성단층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양산단층은 부산에서 양산, 경주, 포항 영해로 이어지는 총 연장 약 170㎞의 대규모 단층이다.

지질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250만년 이내에 지진이 발생한 단층을 활성단층이라고 하고, 지진공학을 하는 쪽에서는 1만 년 이내에 지진이 발생한 단층을 활성단층이라고 간주하기도 한다. 경주를 지나는 단층은 양산단층 밖에 없고, 이 곳에서 1200여년 전에 지진이 발생한 만큼 양산단층은 활성단층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이 교수는 779년 지진의 진앙을 북위 35.80도, 동경 129.30도로 추정했다. 기상청이 이번 12일 지진의 진앙을 북위 35.77도, 동경 129.18도로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서로 아주 가까운 위치임을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양산단층이 한 번에 깨어진다면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양산 단층이 북부·중부·남부 세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으로 보여 한꺼번에 깨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북부구역의 경우 1405년 3월 12일에 발생한 규모 5.8이 지금까지 발생한 지진 중에 가장 큰 규모이고, 남부구역은 1471년 9월 14일 규모 6.4가 최대 지진이었다. 중부구역의 경우 779년의 규모 6.7이 최대였다.

이 교수는 "779년에 발생한 지진의 규모가 6.7이라면 이는 원전의 내진설계기준 6.5를 뛰어넘는 것"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지진 규모 자체보다 지반진동 최대가속도 수치"라고 설명했다. 원전 아래 토양층이 얼마나 두터운가 등 여러 요소가 지반진동 최대가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국내 원전의 경우 0.2g(g는 지반진동최대가속도값) 혹은 0.3g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0.2g 혹은 0.3g를 반드시 초과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이 교수는 "국내 원전설계 때 사용한 지반진동최대가속도값은 외국에서 산출한 것으로 국내 상황과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이번 강진에서 관측된 수치들을 활용해 우리 상황에 맞는 지반진동최대가속도 값을 산출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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