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의 흑자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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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에서 6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것은 듣기에도 흐뭇하고 대견스럽다. 지난 20여년 동안 줄곧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에 시달려온 우리 경제로서는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다시 있을까 싶다.
비록 그것이 3저의 국제여건이 도와준 결과라 하더라도 경상수지에서 잉여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국내 경제의 큰 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지금까지의 경제활동이나 정책운영이 국제수지의 한계 때문에 모든 측면에서 제약받아 온점을 고려할 때, 비록 작은 규모지만 국제수지부담의 경감은 우리 경제의 신축성과 활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이 같은 국제수지의 변화가 하나의 가능성이나 변수로 그치지 않고 경제전반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할 일이 더 많음을 강조하고 싶다.
그 첫째는 국제수지 흑자를 구조적으로 정착시키는 노력이다.
정부는 상반기 6억 달러 흑자를 토대로 올해 중에는 1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는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흑자를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10억 달러의 흑자를 구성하는 최대 변수인 유가와 무역수지에서 여전히 많은 불가측 또는 가변요소들이 잠재되어 있어 국제수지 구조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점이다.
국제 원유시장은 지금 비록 바닥시세를 저미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그리고 의외로 멀지 않은 장래에 공급자 시장으로 환원되거나 파동에 휩쓸릴 가능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때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저 유가의 환상에 너무 오래 빠져들면 세 번째의 석유파동은 더욱 큰 시련을 몰아올 것이다. 장기 에너지계획을 새로 다지고 저 유가 시절에 에너지 절약체제를 굳혀 놓지 않으면 지금의 국제수지 흑자는 단명으로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점에서 볼 때 현재의 국내 에너지 소비증가 속도는 너무 빠르며 신중한 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역에서는 저 유가와 엔고의 수출 촉진효과가 서서히 나타남으로써 하반기에도 활기가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의 수출산업 구조나 시장구성만으로는 장기적 수출안정을 계속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미국중심의 수출시장 구조와 대일 수입의존의 심화는 더 이상 방치되기 어려운 한계에 와있다.
대미 흑자와 대일 적자의 동시 누적은 일반적 무역패턴으로서도 적절치 못할 뿐 아니라 대미 통상마찰을 급속도로 확대시켜 수출의 안정성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애써 벌어와 일본으로 넘겨주는 지금의 무역구조는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40%가까이 절상된 엔고 시절에 대일 의존을 탈피하지 못하면 언제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이 문제는 올해의 최대 정책과제가 돼야한다. 또 하나 국제수지 흑자전환에 부수되는 문제는 통화관리의 어려움이다.
이는 지난78년의 경험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하반기정책은 해외부문을 포함하여 통화·외채관리와 총수요조절을 강화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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