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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없는 증여 가족 갈등 불씨”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97호 10면

“효도계약서와 유언장이 가족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상속·증여 분쟁 해결사로 불리는 방효석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변호사의 얘기다. 2012년 은행 최초의 고객 상담 변호사가 된 그는 고액 자산가의 상속·증여뿐 아니라 이혼, 유류분, 유언 등 수천 건의 가정 분쟁을 상담했다. 지난달엔 그동안의 상담 내용을 정리해 책 『잘사는 이혼법 행복한 상속법』을 냈다. 그는 “가족 간의 충분한 소통 없는 증여가 가족 갈등의 불씨가 된다”며 “재산은 가족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생전에 유언장 작성으로 재산 분배 의사를 명확히 남겨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엔 부모와 자녀 간의 증여 갈등을 막는 효도계약서가 인기”라고 덧붙였다. 방 변호사에게 상속·증여 분쟁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들었다.


-올해 자산가 상담이 늘어난 법률 문제는.“효도계약서의 법적 효력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올 들어 한 달에 10건 이상은 효도계약서 상담이다. 지난해 말 부모를 잘 모시겠다는 조건으로 재산을 상속받은 자녀에게 그 의무를 충실하게 따르지 않으면 물려받은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효도계약서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

증여 조건으로 효도 계약하는 ‘효도계약서’ 샘플.

-효도계약서가 뭔가.“원래 민법에 있는 ‘조건부 증여’의 일종이다. 부모가 (생전에) 자녀에게 재산을 줄 때 효도라는 조건을 내세우는 게 효도계약서다. 반드시 자녀가 대상일 필요는 없다. 얼마 전 4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70대 사업가도 효도계약서를 작성한 후 며느리에게 5억원 상당의 상가를 물려줬다. 한 달에 한 번 손자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방문하고, 1주일에 한 번 전화하라는 게 조건이었다. 효도를 어떻게 계약(법)으로 강제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재산은 한번 물려주면 돌려받기 어렵다. 특히 노후 준비 없이 증여를 고려하는 반퇴 세대에겐 안전한 법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작성하는 방법은.“별도의 양식은 없지만 효도의 조건은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예를 들어 매년 5회 이상 피상속인을 방문하고, 병원 입원 시엔 물려준 부동산의 시가 한도로 병원비를 지급한다는 식이다. 고액 자산가가 가장 많이 쓰는 조건은 ‘한 달에 한 번 자신의 집을 방문하라’다. 이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물려준 재산은 반환해야 한다는 문구가 효도계약서의 법적 근거다.”


-가장 많은 상속 분쟁은.“상속 분쟁의 90%가 유류분 다툼이다. 유류분은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준 경우 다른 자녀가 재산 분배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피상속인 사망 후 유산을 두고 가족이 싸우는 사례가 많다. 소송으로 이어지면 비용이 많이 들고 사전증여를 통한 절세 전략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증여를 제외한 상속 재산만 유류분에 해당하나.“상당수가 오해하는 부분이다. 이미 증여한 재산도 상속 재산에 넣어 유류분을 따진다. 배우자와 자녀의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의 50%다. 가장 골치가 아픈 건 20~30년 전 부동산을 증여받은 뒤 판 경우다. 이 부동산도 유류분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기본이고 부동산 가치를 증여 시점이 아닌 상속 개시 당시의 시가로 계산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A씨가 20년 전에 5억원 상당의 상가를 물려받고 10년 전에 10억원에 팔았다고 하자. 여동생이 유류분 소송을 하면 이미 판 상가를 현재 시세로 따져 유류분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상속 분쟁을 방지할 방법은.“유언장 작성을 권한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유언을 통해 재산 분배 의사를 명확하게 해놓는다면 가족 간의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대부분의 재산 분쟁은 소통 없이 증여나 상속이 이뤄질 때다. 유언 방식 중에서도 공증 유언을 추천한다. 공증 비용(최대 300만원)이 들지만 유언장 위조나 분실 걱정이 없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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