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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연재소설] 레뮤리아의 우주선에 들어갔다 나온 수리의 계획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어쩌면 그 비밀을 알 것 같기도 해.”

판게아 - 롱고롱고의 노래<54> 다섯 번째 그림

수리가 느닷없이 말했다. 아메티스트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네가 말한 그 룰을 말하는 거야?”

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무 어렵게 접근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의외로 쉬울 수 있어.”

수리는 자신 있어 보였다.

“그래. 그럼 그림을 그려보자.”

아메티스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 그림
“빛에 도착했다.”

수리가 외쳤다. 라파누이 그리고 물의 종족 9명과 털의 종족 13명, 심장이 깨진 얼음 종족 13명이 모두 도착했다.

아뿔싸! 빛에 도착한 걸로 알았는데 스타게이트를 통해서 나온 곳은 트라이앵글이었다. 게다가 그냥 망망한 바다 위였다. 그저 물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네피림의 눈을 닮은 눈알 괴물들이 긴 속눈썹을 위아래로 끔뻑이며 뿌연 안개를 쏟아내서 바로 앞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은 거나 다를 바 없었다.

수리는 수정(Crystal)을 꺼내 렌즈처럼 사용했다.

“시구르트!”

수리는 들고 있는 수정을 그렇게 불렀다. 수정은 태양 광선을 반사해 태양의 위치를 알아냈다. 태양이 안개나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아도 수정은 태양 광선을 반사해주었다. 수정이 특정 방향에서 빛을 낸다면 바로 거기가 태양이 있는 곳이었다. 특히 사용자의 정체에 따라 직관과 통찰력을 얻게 된다는 전설이 있는 보석이기도 했다. 사용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있으면 아무리 용한 수정이라도 직관과 통찰력은커녕 태양의 방향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수리는 수정을 이용해 태양을 찾아냈다. 그리고 새 떼를 발견했다. 바다섬 새들이 떼지어 태양이 빛나는 그곳으로 몰려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운 곳에 육지가 있음이 분명했다. 수리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프리카 올두바이 계곡과 동경 12.5도와 남위 17.5도를 떠난 게 언젠지 까마득했다.

이제 진짜 집에 도착할 때가 되었다. 그는 그의 종족들을 데리고 이동했다. 스키드블라니르는 수리의 목표에 따라 항해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배였다. 배는 천천히 움직였다. 순식간에 폭풍이 시작되었다. 바다 폭풍 속에서 올름 물고기들이 팍팍 튀어 올랐다. 깊고 깊은 바닷속, 태양 빛도 없는 물속에 숨어있던 올름들이 태양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수리는 장님 물고기이자 예언 물고기인 올름이 나타나자 자신에게 새로운 운명이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런데 스키드블라니르는 바다 위 어느 한 곳을 빙빙 돌고 있었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점점 안쪽으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큰일이었다. 돼지꼬리에 갇히고 말았다. 자칫하면 깊은 바닷속으로 빨려들어갈 게 뻔했다. 올름 물고기처럼 죽을 때까지 태양 빛 한 줄기도 보지 못한 채 장님으로 살아야 할 수도 있었다. 스키드블라니르는 거대한 물살에 휩쓸려 본래의 방향을 잃고 있었다. 한낱 미미한 생명체의 힘으로는 이 상황을 돌파하기 불가능했다.

“아….”

수리는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이곳은 트라이앵글이었다. 아주 먼 훗날, 지도에서 보자면 북미 대륙과 아시아 대륙 사이의 바다 전체를 의미하는 명칭이었다. 그러나 지금 수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북미 대륙도 아시아 대륙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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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수연

다시 책을 펼친 수리는 책장을 급하게 넘겼다. 찾았다. 역시 커다란 바다가 있었다. 그러나 책에도 덜렁 바다만 있었다. 수리는 아직 지구 위의 대륙과 바다 전체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책의 지도는 이해하기 힘든 범위였다.

그때였다. 다시 나비가 나타났다. 눈과 코와 입을 가진 얼굴이 있는 나비였다. 아주 부드럽고, 예쁜 날개도 있었다. 나비 떼는 수리와 종족들보다 조금 앞서 날아가며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쫓아오라는 눈짓을 했다. 그 예쁜 눈짓과 날갯짓이란! 사실 나비들도 태양 빛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가 수리의 시구르트 때문에 간신히 방향을 찾았던 것이다.

수리는 스키드블라니르에게 말했다.

“쫓아가. 힘껏!”

스키드블라니르는 이제야 방향을 제대로 찾았다. 나비 떼를 부지런히 쫓았다. 얼마 후, 수리와 종족들은 돼지꼬리를 벗어났다. 수리가 뒤를 돌아 트라이앵글을 바라봤다. 그곳은 아직도 눈알 괴물이 내뿜는 뿌연 안개 속에 갇혀 빙글빙글 무서운 속도로 돌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트라이앵글 위쪽 허공에서 공룡, 올름 물고기, 피라미드 형태의 우주선이 함께 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허공에 뜬 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높은 하늘에서 내려온 노란 빛줄기가 그것들을 꽉 잡고 있었다.

“무엇일까?”

순간 노란 빛줄기가 번쩍했다. 마치 번개가 치거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 것 같았다.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수리와 종족들
수리와 종족들은 새로운 대륙을 보았다. 해안은 숨어있는 뾰족한 바위들로 가득해 안전해 보였다. 해안의 얕은 물은 너무 깨끗해서 바닥의 스타우트 인펀트 피쉬까지 보일 정도였다. 산호들이 예쁜 얼굴을 봐달라고 형형색색의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스키드블라니르에서 내려 끝도 없이 펼쳐진 해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밟히는 모든 것이 보석이었다. 잔모래처럼 보이는 루비와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가넷, 에메랄드가 널려있었다.

수리는 종족들과 함께 끝없이 걸었다. 걷는다는 것이 이들에겐 생존과 다름없었기 때문에 묵묵히 걸었다.

이 대륙에 도착하고부터는 종족 간의 다툼도 없었다. 경쟁도 없었다. 서로 웃고, 아껴주었다. 종족들은 새로운 대륙의 위대함에 압도당했다. 지금까지 통과해온 대륙이나 세상과는 달랐다. 경이로움에 무릎을 꿇고, 겸손하게 하는 그런 대륙이었다.

그들 모두 난생 처음으로 평화를 경험했다. 대륙은 끝도 없이 넓었고 물은 넘치도록 충분했다. 보이는 곳마다 새로운 산이 있었고 산은 폭포를 품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단 과일이 열려 있었다.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땅에서 올라오는 달콤한 열매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잠자리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어디든 커다란 나뭇잎을 깔고 덮고 자면 그뿐이었다.

비가 내리면 큰 동굴로 들어가면 됐다. 큰 동굴 안에는 또 다른 대륙이 펼쳐졌다. 강과 연못, 큰 나무와 열매가 있었다. 그리고 엄마의 품속처럼 따뜻했다. 그 대륙에는 수리와 같은 종족은 전혀 없었다. 새로운 대륙이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어서 대륙의 중심에 도착했다. 수리가 대륙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피라미드 형태의 우주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땅에서 살짝 떠 있었던 그 우주선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는지, 우주선 표면에 온갖 벌레들이 집을 지었을 정도였다. 주변에는 그리 크지 않은 연못이 있었는데, 올름 물고기들이 떼지어 있었다. 우주선은 오랜 세월 수리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수리가 우주선을 찾아낸 것이다. 수리는 혼자서 우주선의 문 앞에 섰다. 우주선에서 노란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수리는 그 안으로 들어갔고, 문은 닫혔다.

그곳에 들어가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수리는 다시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별의 칼로 오벨리스크와 아름다운 궁을 지었다. 별의 칼로 다리를 만들고 바닥엔 황금과 수정을 깔았다. 새로운 대륙에는 황금과 수정이 넘쳐났다.

어느 날, 이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수리는 고개를 들어 온 세상을 둘러봤다. 너무도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항상 따뜻한 날씨에 온화한 바람이 불었다. 나비들이 떼지어 날아다녔고 노래를 불렀다. 나비들은 수리와 종족들 사이에 오가는 말·표정·웃음을 노래로 부르기 시작했다.

“레뮤리아!”

수리는 레뮤리아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이 땅에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다. 아마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강력한 대륙이었을 것이다. 그러자 그동안 통과해 온 주변 땅들이 레뮤리아 대륙 옆으로 와서 붙었다. 그렇게 대륙은 점점 넓어졌다. 그즈음 공룡들이 몰려왔다. 힐라몬스터도 찾아왔다.

수리는 자신이 데리고 온 종족의 이름을 지어야 했다. 그는 그들에게 ‘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누이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고귀한 자’라는 의미였다.

그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우주선과 똑같은 형태의 피라미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네피림이 나타난 것이다. 네피림은 황금을 필요로 했다. 네피림은 황금을 캐기 위해 만든 기계들을 보냈다. 수리는 생명체와 기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들과 다르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 그들은 황금을 캤고 수리는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기계들도 누이라고 불렀다.

네피림이 보낸 누이(기계)들은 불쌍할 정도로 일만 했다. 황금을 캐서 네피림에게 바쳤다. 그리고 망가지면 폐기처분됐다. 수리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다시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다. 네피림과 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수리가 우주선 안으로 들어간 이후 그들이 나타났다. 스타게이트를 통과할 때 떨어트리고 온 줄 알았던 물안경 종족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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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윤은 시인·소설가.
판게아 시리즈 1권 「시발바를 찾아서」,
2권 「마추픽추의 비밀」,
3권 「플래닛 아틀란티스」 를 썼다.

소년중앙에 연재하는 ‘롱고롱고의 노래’는
판게아 4번째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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