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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3불 극복” 남경필 “모병제” 안희정 “통합” 원희룡 “스마트국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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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선 향해 뛰는 광역단체장 6인

지미 카터(39대·조지아), 로널드 레이건(40대·캘리포니아), 빌 클린턴(42대·아칸소), 조지 W 부시(43·텍사스). 이들의 공통점은 주지사 출신 미국 대통령이란 점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 43명 중 주지사 출신은 17명이다. 반면 한국은 역대 11명의 대통령 중 4대 윤보선 대통령과 17대 이명박 대통령 두 명이다.

김기현 “국민 에너지 하나로 응집”
홍준표 “성완종 사건에 주저앉지 않아”

2017년 12월. 광역단체장들에게도 대선이란 큰 장이 선다. 이번 대선 직후 7회 지방선거(2018년 6월 13일)가 있다. 2017년 4·12 재·보궐 선거일로부터 30일 내(3월 13일 이후)에만 사퇴하면 보궐선거 부담도 없다.

가상준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대선에서 의회 경험보다는 지방정부에서의 행정경험을 가진 주지사 후보들이 각광받듯이 우리나라도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큰 만큼 점차 성공한 광역단체장에게 기회가 돌아갈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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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광역단체장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박원순(60·더민주) 서울시장, 남경필(51·새누리) 경기지사, 안희정(51·더민주) 충남지사, 홍준표(62·새누리) 경남지사, 김기현(57·새누리) 울산시장, 원희룡(52·새누리) 제주지사 등 6명이 직간접으로 내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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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후퇴를 거듭하는 민주주의와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할 유일한 해법이 정권교체”라면서 “개인의 결단 이상 시대의 요구가 담보돼야 하는 만큼 ‘무엇을 할 것인가’부터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대선 외곽조직인 ‘희망새물결’을 지난 10일 출범하고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들어갔다. 측근인 오성규 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조현옥 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공동 집행위원장이다. 출범선언문에선 “한국 사회를 갉아먹는 불평등·불공평·불안전 등 3불(不)을 극복하기 위해 정권 교체를 넘어 시대를 바꾸고 미래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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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경기지사는 ‘수도이전’ ‘모병제’ ‘생활임금 1만원’ 등 정책이슈를 생산해내고 있다. 같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모병제는 정의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는 ‘정의론’으로 비판하자 “모병제가 정의다”라며 공개토론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남 지사는 “이번 대선이 대한민국의 선진국 도약을 위한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며 “안보와 경제가 위기인 상황에서 모병제와 수도 이전 같은 대한민국 리빌딩을 위한 중요한 어젠다를 반드시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최종 목표가 대한민국에서 10개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대통령) 자격이 되는지 고민해 대선출마 여부를 내년 초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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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는 야권 후보군 가운데 세대교체의 대표주자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을 견제할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안 지사는 이번 조사에서 “지역주의를 넘어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며 “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 다 이룬 민주주의와 평화·번영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싱크탱크 격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를 통해 지난달 23일 ‘한국의 2030 국가전략’ 국제 세미나를 개최한 데 이어 10월 중 충남 도정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비전을 담은 책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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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는 ‘스마트국가 건설’을 내걸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원 지사는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 대통령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불신과 적대감, 분노를 끌어안고 해소할 포용의 리더십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 가능한 스마트국가 건설의 청사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에선 이미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짤 수 있는 ‘코딩교육’을 확대하고 전기차로 상징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자연과 사람, 과학기술이 공존하는 미래 사회의 마중물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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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울산시장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 세대에서 해야 할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시대적 소명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대선출마 의향을 밝혔다. 그러면서 “갈등만 증폭되는 대한민국의 위기상황에서 국민 에너지를 하나로 응집시키는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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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던 홍준표 경남지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대선 출마가 불투명해졌다.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 공무담임권이 박탈돼 대선 출마는 물론 지사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홍 지사는 지난 8일 선고 직후 “대선 이야기는 안 하겠다. 지난해 1월 ‘천천히 대권준비를 하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마니아인 성 회장이 리스트에 전부 친박인데 엉뚱하게 나를 찔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성완종 사건에 발이 얽매여 내 갈 길을 가지 않고 주저앉거나 돌아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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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 중에서는 더민주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시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선 출마 이유에 대해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 구한말과 같다. 대내적으로 불평등이 확대됐고, 대외적으론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단순히 권력 담당자를 교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새로운 희망,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시장직을 유지하며 대선 경선에 참여할 계획이다.

정효식·이지상 기자, 대전=신진호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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