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대 규모 지진] 유라시아·태평양판 충돌 압력, 경주 땅속 단층서 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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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몇 가지 특성을 보인다. 우선 규모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은 1978년 10월 7일 충남 홍성읍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에 비해 에너지가 약 13~14배 정도”라고 말했다. 당시 홍성 지진으로 인해 2명이 다치고 가옥 2800여 채에 균열이 생기는 큰 피해가 발생했으나 이번 지진은 이를 능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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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진은 사람이 느끼는 진동이나 건물이 흔들리는 정도로 나타내는 진도로는 경주·대구가 최대 VI(6), 부산·울산·창원이 V(5)였다. 진도 Ⅵ(6)는 많은 사람이 진동을 느껴 밖으로 나오며 가구가 움직이기도 하는 수준이다. 진도 Ⅴ(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접시나 창문 등이 일부 깨지는 수준이다. 서울에서도 그릇이나 창문 등이 흔들리는 진도 IV(4)의 지진을 느낀 사람도 있었다.

78년 홍성 지진의 14배 에너지
지난 7월에도 울산 해상 5.0 지진
전문가 “북한 핵실험과는 무관”

규모 5가 넘는 지진이 잇따른 것도 이례적이다. 유용규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은 “오후 7시 44분 규모 5.1의 전진 이후 오후 8시32분에 본진이 발생했고, 이후 규모 2~3 정도의 여진이 13일 0시 현재 91차례 발생했다”고 말했다. 7월 5일에는 울산 동쪽 52㎞ 해상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있었다. 지금까지 한반도는 이웃 일본이나 대만 등에 비해 큰 지진이 별로 없어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으나 이런 믿음이 근거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지구 지각에서 인도판이 유라시아판과 충돌하면서 한반도를 서쪽에서 밀고 있고 한반도 동쪽에는 일본이 위치해 있는 태평양판이 버티고 있다”며 “이렇게 양쪽이 충돌하면서 지층에 압력이 쌓인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층에 압력이 쌓인 상황에서 경주지역 단층을 따라 축적된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이다.

특히 경북 영덕에서 부산에 이르는 약 170㎞에 북동-남남서 방향의 양산 단층이 위치해 있다. 경재복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진앙의 위치로 볼 때 양산 단층에서 발생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지진과 관련된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이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관련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북한의 핵실험 당시 규모 5.04의 인공 지진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북핵 가능성은 전혀 관계 없다. 이론적으로 인공 지진 영향으로 이번에 지진이 날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향후 이와 같은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선 지진학자들 사이에서 입장이 엇갈린다. 현대과학으론 지진을 예측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윤수 박사는 “이번 큰 규모의 지진으로 축적된 압력이 해소됐기 때문에 당분간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규모 7.0 정도의 지진까지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국내 주요 시설물 중 내진설계 대상은 10만5448개소다. 하지만 실제 내진설계가 적용된 시설은 전체의 42.4%(4만4732개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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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민안전처 소방방재청이 2012~2015년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지진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예측 모델’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중심부에서 규모 7의 지진이 일어나면 2만7581명이 사망하고 재산 피해는 2848조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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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상청에서는 지진 조기경보에 주력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월부터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는 50초 이내에 지진 발생 위치와 규모를 분석해 각 언론사와 방재기관에 전달하고 있다. 12일 지진의 경우 지진 발생 20초 만에 조기경보를 발령했으며, 전진은 5.3으로 본진은 5.9 정도로 발령해 비교적 정확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상청은 2020년까지 이를 10초 이내로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성시윤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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