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556개 단지 아파트 주민 관리비 2년간 3만원씩 더 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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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150가구 이상이 거주하는 3117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556개 아파트 단지(23만4342가구)에 사는 주민들이 최근 2년 동안 다른 단지에 비해 매년 3만원씩의 관리비를 더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단지들이 관리비 152억원을 부당하게 집행해 관리비 절감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의미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2일 오전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56개 아파트단지 관리비(2014~2015년까지 2년치) 일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은 지난 4월부터 2개월 동안 진행됐다. 556개 단지는 3117개 아파트 단지 중 빅데이터 분석결과 장기수선충당금·인건비·전기요금·수도요금 등 6개 항목에서 평균보다 많이 나온 516개 단지와 지난해 아파트 회계감사에서 부적정 판정을 받은 36개 단지, 올 상반기 주민감사가 청구된 4개 단지 등이다.

남 지사는 “이들 556개 아파트 단지에서 모두 152억원의 관리비가 부당하게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이 부당 지급을 하지 않았으면 관리비 인상 부담이 없었을 텐데 결국 이곳 주민들은 2년 동안 가구당 연간 3만원씩을 더 낸 셈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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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경기도 의왕시 A아파트 단지의 청소와 경비를 맡은 B업체는 2014년 한 해 동안 1117만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이 업체는 60세 이상 고령자를 1년 미만으로 고용하면 퇴직금과 국민연금ㆍ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됐는데도 관리사무소에는 이를 납부한 것처럼 속여 해당 금액만큼을 몰래 지급받아왔다. A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는 이를 모른 채 관례대로 용역비를 지급해 왔다. 357개 단지가 이런 수법으로 21억원을 지급했다.

김포시 C아파트 단지는 2014년 한 해 동안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연차를 모두 사용했는데도 연차 수당 명목으로 2920만원을 지급했다. 이런 식으로 176개 단지에서 4억2000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하다 적발됐다. 또 안양시 D아파트 단지는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가입해 납부해야 하는 소방협회비(방화관리자)ㆍ주택관리사협회비(관리소장) 등 94만6000원을 관리비로 대납하는 등 476개 단지에서 1억8600만원을 대납했다. 연차ㆍ협회비 등을 중복해 부당 지급한 곳이 544개 단지에 31억원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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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E아파트는 장기수선충당금(아파트 보수공사시 사용할 목적으로 관리비에 포함해 걷는 금액)으로 보수공사를 해야 함에도 500세대에 월 평균 5000원씩 더 걷어 2500만원 상당의 수도배관을 교체했다. 445개 단지에서 96억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해 버렸다.

이밖에 시흥시 F아파트 단지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운영비 예산편성도 없이 1787만원을 운영비 명목으로 임의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운영비 예산안을 수립하지 않거나 예산 범위를 초과해 사용한 곳도 245개단지에서 4억원이나 됐다.

경기도는 2014년치 최저 임금을 인상하면서 월 용역비도 함께 인상하는 수법으로 682만원을 부당 이익을 챙긴 수원시 G아파트 단지 등 1000만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5개 단지에 대해서는 고의성 여부를 판단해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500만원 이상 부당지출이 확인된 안산시 H아파트 단지 등 28개 단지에는 입주자 대표가 관리 용역업체에 2억원을 환수토록 조치했다.

경기도는 이번 점검에서 자료제출을 하지 않거나 누락시킨 41개 단지에 대해서는 11월 말까지 도가 직접 정밀점검을 하기로 했다.

남경필 지사는 "현재 수원과 용인ㆍ성남ㆍ안양시에만 있는 ‘아파트 관리비 조사전담팀’을 모든 시ㆍ군에 설치하겠다"며 "주민 30%가 요구하면 경기도와 시ㆍ군이 감사에 나서고,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예산을 임의집행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 등을 마련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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