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야수파작가의 정열과시-「블라맹크」작품전을 보고 이경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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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세기가 시작되자마자 일어난 유명한 야수파운동의 중심화가인「모리스·드·블라맹크」의 원작을 서울에 앉아서 본다는 것은 확실히 행복한 일이다. 그것은 요사이 한국의 문화수준이 갑자기 높아져서 세계 유명한 미술가들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세계적인 전람회의 하나가 바로 신세계 미술관에서 31일까지 열리고 있는「블라맹크전」이다.
다 알다시피「블라맹크」라는 화가는「마티스」나「루오」같은 야수파 계통의 화가보다 더욱 더 야수파적이다.
그것은 그의 작품에서 느끼고 볼 수 있는 화면의 효과가 격동적인 힘을 동반하고있는 유동의 세계로서 보는 사람의 감정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의 주제는 20세기 초기의 화가답게 구상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그 구상은 객관적인 관찰을 통한 정적인 대상이 아니라 주관적인 흐름을 머금고 있는 힘찬 세계들이다. 그림의 주제는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풍경화와 꽃과 같은 정물이 대부분이다.
그가 다루는 풍경은 폭풍이 스치고간 뒤의 풍경과 같이 어수선하다. 그것은 고요하다든지, 냉정하다든지 하는 정적인 표현이 아니라, 자연의 밑바닥에 있는 모든 에너지가 발동이 걸린 것과 같이 힘의 상태에 충만되고있다.
색깔도 강하고 짙어서 온화한 맛을 내기보다 시각의 혼란을 일으킬 정도로 움직임에 차있다.
따라서 그의 풍경화는 실제 존재하는 평온하고 고요한 풍경보다 주어진 풍경에 용솟음치는 감정을 도입시켜 이글이글 타는 생명의 에너지를 탄생시키고 있다. 풍경속에는 때때로 사람을 그려넣기도 하지만 인간 부재의 적막하고 처참한 정경을 그리는 수가 많다. 말하자면 동적이고 극적인 주제 선택과 처리로써 화가「블라맹크」는 인생을 그리고 예술을 영원화시키고 있다.
그의 정물은 주로 꽃인데, 그 꽃도 그의 야수파적인 정신과 기법에 의해서 사실보다 억세고 힘찬 것이 되고있다.<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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